미국-중국-일본 무역분쟁 가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미.중.일이 서로 물고 물리는 3각 무역 분쟁 중이어서 이 와중에 한국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3국 간의 분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역적자 축소▶국내 산업 보호 등의 명분 아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맞서 중.일 역시 보복성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도 철강.화학 제품을 놓고 대치 중이다.

미.일은 중국산 제품의 공세를 막기 위해 위안(元)화 평가 절상에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 개별적인 제재조치에 있어선 협력 파트너를 바꾸고 있다.

◇대미 반격 나선 일본.유럽=일본 정부는 미국산 철강.석탄.의류.피혁 등 3백10개 품목에 대해 5~30%의 보복관세를 이르면 내년 초부터 부과키로 하고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지난 26일 통보했다. 수입금액으론 5백76억엔(약 5억3천만달러), 관세금액으론 1백7억엔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외국산 철강에 대해 2005년 초까지 내린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를 철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WTO는 지난 7월 미국의 조치를 '협정 위반'으로 판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의류.오렌지.모터 보트 등 미국 상품(22억달러 규모)에 대해 최고 3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WTO에 통보해 놓은 상태다.

◇미.중 간의 전선 확대=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의류에 대해 '브래지어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컬러TV, 가구 등으로까지 반덤핑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미국의 중소 업체가 망하고 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업계의 호소를 받아들여서다. 미국은 지난 19일 중국산 브래지어와 잠옷, 봉제 제품(수입 규모 6억달러) 등에 대해 수입 증가율을 연 7.5%로 묶는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어 중국의 TV 수출업체 중 네 곳에 대해 최고 46%의 예비 덤핑 판정을 내렸다. 세계 최대 TV생산국인 중국으로선 충격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최근 지난해 6월부터 조사했던 미국.일본.한국의 화학제품(TDI)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끝내고 최고 49%의 관세를 부과했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 농산품 등을 수입하겠다는 방침도 재검토하고 있다.

◇중.일 간의 불씨도 여전=중국은 지금까지 철강.화학.제지 등의 분야에서 13개 품목(15개 국가, 6월 말 현재)을 골라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그 중 한국이 가장 많은 10개 품목을 당했고, 일본.미국은 각각 7개에 이른다. 덤핑 예비 조사를 받는 품목(6개) 역시 한국(4개).일본(4개).미국(2개) 순이다.

반면 일본은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에 맞서 미국과 함께 위안화 평가 절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재계.노동계에서 가해지는 보호무역주의 압력을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경제대국 간에 무역 전쟁이 가열될 경우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