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일에 너무 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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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일본의 전후처리 문제에 대해 너무 관대합니다.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한국정부는 일제에 의해 강제징집 돼 태평양전쟁에서 희생된 희생자 가족들과 사할린거주 한국인들의 귀환문제 등 모든 배상책임이 일본에 있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18년동안 사할린거주 한국인들의 송환과 보상, 재일 한국인들의 법적 지위를 위해 전력해오고 있는 일본인 인권변호사 다카기 겐이치(고목건일·48)씨는 전후 처리문제의 일본책임을 강조하고 한국측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다카기변호사는 15일 대구 금호호텔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이산가족회의에 일본국회사할린문제간담회 대표로 의원·교수 등 7명과 함께 참석했다.
다카기변호사는 73년3월 재일동포 노인 한사람이 일본 법무성앞에서 재일한국인증명서를 불태우며 한국인에 대한 차별정책철폐, 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 사할린거주 동포들의 귀환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보고 크게 느낀바 있어 이때부터 한국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이래 지금까지 한인들의 각종 소송을 진행하면서 네차례에 걸쳐 사할린, 20차례이상 한국을 드나들었다.
한국인의 인권운동에 앞장서면서 그는 76년 사할린한국인 귀환문제위원장을 맡아 일해왔으며 86년부터 재한피폭자문제위원장, 지난해 2월에는 회원1만명으로 구성된 태평양전쟁보상문제위원장 등을 맡아 일본정부를 상대로 전후보상처리를 놓고 끝없는 소송과 논쟁을 벌여왔다.
그는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이틀동안 동경에서 한국·중국·대만·홍콩 등의 학자와 피해자단체 등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태평양전후보상문제 국제회의」를 열기도 했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한 배상을 끝냈다고 주장하지만 강제징집 돼 죽거나 사할린 등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가족들에게는 한푼의 보상도 없었지요. 배상과 보상은 엄연히 차이가 있으며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너무나 부족해 안타깝습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전후처리 문제에 대한 일본내 민간모임만도 10여개 단체 5만명에 이르고있고 중국·대만·홍콩·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는 이미 여러 단체가 조직돼 일본의 전후배상과 개인적인 보상문제에 노력중인데 오히려 가장 피해를 본 한국인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전쟁 당시 재미일본인교포 4만명을 간첩혐의로 사막지역에 강제 수용했는데 그 피해보상을 지난 88년 1인당 2만달러씩 해주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대구에 있는 중소이산가족회에 매달 10만엔씩 보내주기도 하는 그는 『한국인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앞장설 때만이 더욱 빨리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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