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타결을 김정일 생일 선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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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 6자회담에서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회담에선 북.미 간의 베를린 접촉(1월 16~18일)을 바탕으로 회담 이틀째인 9일 중국이 합의문 초안을 돌릴 정도로 협상 속도가 빠르다. 구체적으로는 5MWe급 영변 원자로 폐쇄를 포함한 초기 이행 조치와 5개 이슈별 워킹그룹 구성을 둘러싼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회담 초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엉뚱한 제안을 내놓아 난관을 조성하고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던 종전의 자세와는 크게 달라졌다.

그래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들이 김정일(얼굴) 국방위원장의 65세 생일(2월 16일) 전에 회담을 타결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김정일 생일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관영매체를 총동원하고 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교 분야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백남순 외무상은 지난달 폐암으로 사망)을 필두로 한 라인에서 김정일 생일 축하 선물을 만들기 위해 합의 도출에 공을 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지도부는 지난해 노동당 창건 기념일 하루 전인 10월 9일 핵실험을 감행해 주민 결속을 다졌다.

이번에는 김정일 생일에 맞춘 합의 타결을 통해 '군사.외교적인 승리'를 과시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자회담 타결 성과를 미 행정부와의 담판에서 승리한 것으로 선전하며 '김정일 찬양'의 소재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계관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간의 북.미 접촉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 6자회담을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복잡한 6자회담의 합의 틀에서 특정 날짜에 맞춰 협상 타결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회담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생일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D-데이로 언급되기까지 했다"며 "그럼에도 김정일 생일을 전후로 회담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최악에 빠졌던 북한 핵위기가 반전됐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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