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외눈·외팔이 …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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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유럽 신화 1, 2

안인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각 272.276쪽

각 권 1만3000원

오딘.토르.프라야.뇨트 등 이국적인 이름의 주인공들이 신비와 환상의 세계에서 벌이는 모험과 사랑, 전쟁….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 이야기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덴마크.독일.네덜란드 등에 살던 옛 게르만 민족들의 신화를 모은 이 책의 내용이다.

손꼽히는 독일어권 번역자이자 인문학자인 지은이가 난삽한 북유럽 신화를 보물.모험.예언.종말이란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태초 거인 이미르와 태초 황소 아우둠라에게서 각각 거인과 신들의 조상이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신과 거인들이 맞붙어 모두다 죽는 최후의 전쟁 라그나뢰크로 마무리된다.

인간은 물론 신들도 모두 죽는 세상의 종말도 기이하지만 여느 신화들의 신들과 달리 전지전능하지도, 불사(不死)의 존재도 아닌 북유럽의 신들도 모순덩어리에 부정적으로 그려져 눈길을 끈다. 지혜의 신이자 전쟁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에 비견되는 오딘은 눈이 하나뿐이다. 지혜를 더 얻으려 지혜의 샘물을 마시는 댓가로 한 눈을 바쳤기 때문인데 지혜에 곧잘 깃드는 편견을 뜻하는 것 아닐까. 재판과 맹세의 신 티르는 맹세할 쓰는 오른손을 잃어버렸고, 결혼을 수호하는 여신 프리크는 남편 오딘의 바람기로 애를 태운다.

이같은 상징과 은유는 굴바이크 얘기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는 황금을 갈망하는 마음이 변한 여신이다. 그 때문에 신들도 탐욕에 젖자 신들은 그를 세 번이나 태워 죽이려 하지만 굴바이크는 번번이 멀쩡하게 불길을 벗어난다. 그러면서 "너희는 나를 죽이지 못해. 외려 나를 그리워할 걸…"하고 중얼거린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편식에서 벗어나게 해줄 또 하나의 귀한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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