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2003 처녀총각 상열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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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의 상대방을 원하며, 상대방의 1백%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백%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란 단편에서 이렇게 속삭였다.

1백%의 여자아이를, 1백%의 남자아이를 만나는 그 순간-. 폭죽이 터지고, 꽃불이 하늘을 수놓고, 스포트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춘다면 세계 평화도 멀지 않으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가 1백%의 그사람인지를.

물론 좋아하는 타입은 있다. 키가 큰 남자, 다리가 예쁜 여자, 김광석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 공깃밥을 두그릇 시키는 여자….

그러나, 어쩌랴. 한석규를 닮은 그 남자는 극장에만 가면 졸고, 눈웃음이 효리인 그 여자는 새끼발가락이 안 예쁜 것을.

눈도 별로 안 높은데, 내가 써놓은 체크 리스트를 채우는 사람은 왜 안 보이는가. 98.5%의 그에게는 왜 1.5%의 '필(feel)'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80%의 여자와 조붓한 낙엽길을 즐겁게 걷다가도 1백%의 여자가 떠올라 슬그머니 손을 놓는다. 예쁘지도 멋지지도 않지만 '내겐 너무 완벽한 그녀'는 도대체 어디서 나를 찾아 헤매고 있단 말인가.

'1백%의 그사람'을 찾는 당신을 위해 week&이 팔을 걷었다. 미혼의 여기자들은 직접 맞선에 나섰다. 완벽하지 않은 남녀가 만나 완벽하게 사랑하는 얘기들도 담았다. 32%의 여자와 18%의 남자가 만나더라도 더하기와 곱하기의 마법으로 1백%의 사랑은 탄생했던 것이다.

11월 말의 시린 아침, 1%의 사랑이 부풀어올라 당신의 체크 리스트를 따스하게 채운다.

행복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글=구희령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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