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양복 입고 튀김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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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IBM은 양복을 입고 중국 튀김요리를 하듯 (어색한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하려 했다. 반면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른 수건만 쥐어 짜는 방식을 택했다."

IBM의 PC부문 인수 발표(2004년 12월)로 화제를 모았던 중국 최대 컴퓨터 업체 롄샹(LENOVO)을 이끌었던 류촨즈(劉傳志.63.사진). IBM 인수 이후 롄샹을 포함해 5개 자회사를 거느린 롄샹지주회사의 회장으로 변신한 그는 중국과 미국 기업 문화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류 회장은 최근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중국 기업 해외진출(走出去) 촉진 정책과 롄상의 글로벌 전략과 따라 이뤄진 IBM 인수경험 뒷얘기를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류 회장은 먼저 "2005년 IBM을 공식 인수한 뒤 상당 기간 동안 힘겨운 '적응기'를 겪어야 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미국기업의 문화와 중국 기업의 문화는 많이 달랐다"며 "이질적인 문화 배경을 갖고 있는 기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회고했다.

예컨대 내부 의사소통의 경우 중국인 직원들은 사전에 조율된 입장에 따라 일을 처리한 반면 미국인 직원들은 아무리 열띤 토론을 거친 결정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중간에 바꾸더라는 것이다. 그는 솔직.존중.타협이란 3원칙을 갖고 통합의 시련기를 헤쳐나갔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 문화와) 타협할 부분이 있으면 타협하되 (중국 기업 입장에서)주도해야 할 대목은 절대 양보하지 말자"는 원칙을 관철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해온 류 회장은 이제 단순한 제조 업체 최고경영자(CEO)에서 벗어나 투자가로 변신했다.

그가 이끄는 롄샹지주회사 산하에는 롄샹투자.훙이(弘毅)투자 등 금융 및 개발 업체가 들어있다. 류 회장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찾아낸 투자 전략을 후배 CEO에게 적극 전수해줄 작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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