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BBCI 스캔들|미 CIA등 줄이어 도마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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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상 최대의 금융부정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중동계 국제은행 BCCI의 불법영업활동이 미국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주요 정보기관·저명인사들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미국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 등 언론들은 최근 CIA가 오래전부터 BCCI를 통해 이란-니카타과 콘트라반군 커넥션, 아프가니스탄 반군지원등 대규모 해외비밀공작자금을 운영해 왔으며 이같은 자금운영은 합법적인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밖에 미국 국방부 정보국(DIA)·국가안보처(NSC)·마약단속국(DEA) 등 각종 정보기관과 영국의 M15,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각국 정보기관들이 BCCI를 통해 비밀무기거래 등 비밀활동자금을 운영해 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BCCI스캔들은 마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추리소설과 같은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CIA가 BCCI와 관련돼있다고 시인하는 내용은 ▲CIA가 80년대에 BCCI의 세계 70개국에 걸친 지점을 이용해 공작자금을 요원들에게 제공해왔고 ▲CIA가 테러조직과 마약범죄 등 국제범죄망을 추적하기 위해 BCCI를 면밀히 감시해왔으며 ▲이때 얻은 정보들을 법무부 등에 전달했다는 것 등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이루어진 활동들뿐이다.
그러나 미국언론들은 CIA등이 미국무기를 비밀리에 이란에 판매,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 콘트라반군에게 무기와 자금지원을 한 사건에서도 BCCI가 이용됐으며 아프가니스탄 무자히딘 반군 지원자금도 BCCI 파키스탄 지점을 통해 대규모로 유출되는 등 CIA는 BCCI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CIA의 활동이 합법적인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음 CIA국장으로 지명되어 있는 로버트 게이츠 전CIA부국장은 부국장시절 BCCI에 대해 「사기꾼과 범죄자의 은행」이라고 말해 CIA가 BCCI의 불법영업활동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한편 CIA가 BCCI의 불법활동을 어느 정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같은 보도들이 계속되자 게이츠를 차기 CIA국장으로 지명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자신은 BCCI스캔들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CIA가 BCCI와 불법적인 거래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게이츠를 반대하는 쪽에서 퍼뜨린 헛소문에 불과할 뿐』이라며 자신은 게이츠에 대한 어떤 음해기도와도 맞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BCCI부정사건과 관련, 아가 하산 아베디 전BCCI총재 등을 기소한 로버트 모건소 뉴욕지방검사는 자신이 BCCI를 수사하기 시작한 지난해 연방정부 법무부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 BCCI파문은 계속 확대될 조짐이다.
모건소검사의 이같은 주장은 CIA가 BCCI에 대한 정보를 법무부에 전달했다는 주장과는 엇갈리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있다.
이와 관련, 리처드 손버그 법무장관은 CIA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있으나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하고 연방정부가 직접 BCCI와 관련된 저명인사·각 기관에 대해 조사해 불법행위는 가차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 구설수에 올라있는 저명인사들은 로버트 게이츠 차기 CIA국장외에도 BCCI가 비밀리에 주식을 매입,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했던 워싱턴지역 퍼스트 아메리카 은행총재 클라크 클리포드 전국방장관, 카터 행정부에서 예산국장을 자낸 버트 랜스등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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