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감춰주는 유씨 얼굴(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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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진은 절대 찍을 수 없습니다.』
9일 오후 1시 대전지검청사 앞에서는 구속된 (주)세모 유병언 사장의 검찰소환 때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 또다시 되풀이됐다.
호송차가 대기실앞에 바싹 멈춰서자 10여명의 교도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인간장벽」을 쌓았다.
『저쪽이 안보이게 잘 가려.』 죄수복을 입은 유사장의 모습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이 다가서자 한 교도관은 우산까지 펼쳐들며 유사장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철저한 경호(?)를 펼쳤다.
취재진과 교도관들이 밀고 당기는 사이에 유사장은 어느새 대기실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유사장의 얼굴은 아무도 볼 수가 없었다.
검찰은 기자들이 지키고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데려온 유사장을 6시간동안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마냥 대기실에 머물러 있게 했다.
『청사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 검찰방침이니 나가지 않으면 물리력을 사용하겠소.』
『정작 필요할때는 기자회견이다 뭐다하며 사진을 찍게 해놓고 유씨만 안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피의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대양사건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검찰은 거듭된 논쟁에도 불구하고 「유사장 얼굴감추기」를 포기하지않았다.
오후 6시 일과시간이 끝나자 검찰은 직원들을 동원,화장실까지 뒤지며 남아있던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뒤 그제서야 유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오대양사건을 밝히는데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할 검찰이 엉뚱하게 남의 얼굴 감추는데 열을 올리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쫓겨나온 한 기자가 굳게 내려진 철제셔터를 향해 푸념을 쏟아놓았다.<대전=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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