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회담 성공 6자 모두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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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된다. 지난해 12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난 지 48일 만이다.

7일 중국 베이징에 회담국 대표단이 속속 도착했다.

이번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핵 폐기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약속하고 다른 5개국이 상응조치를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가 모두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원자로 가동 중단만 합의돼도 쌀.비료 등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미가 원자로 '동결'과 '폐쇄'를 놓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커 진통이 예상된다. 또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과 관련, 일본 등이 소극적이라는 점도 장애 요인이다.

◆원자로 가동 중단될까=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이번 회담 목표는 핵 폐기 초기조치 합의다. 핵 폐기 초기조치는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시설 재가동 여부를 감시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북.미, 남.북 접촉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가동 중단의 수준이다. 북한은 원자로의 스위치를 끄고 문을 닫아두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스위치를 다시 켜도 원자로가 작동될 수 없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설비의 기능을 아예 없애는 것 등을 의미한다.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북한의 요구는=초기조치 이행에 대한 북한의 요구사항은 ▶중유 제공▶쌀 등의 인도적 지원▶경수로 공사 재개 약속▶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등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에 난방용 연료의 부족을 호소하며 중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량은 연간 50만t으로 예상된다. 1994년 제네바합의 때 핵 동결 대가로 정해졌던 양이다.

미국은 이미 보유 중인 핵물질.핵무기 폐기의 시한을 정하는 조건으로 5개국이 중유 지원 비용을 분담하자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5개국의 합의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용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베이징 공항에서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는 6자 모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 등을 향해 비용 분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합리적 상응조치를 취함에 있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수로 제공 문제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미국은 핵물질 생산에 악용될 가능성 때문에 어떤 종류의 원자로도 북한에 건설해 줄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북한이 이를 고집할 경우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BDA 문제 비껴갈까=지난해 12월 회담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시종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만 거론했다. BDA의 북한 자금 동결이 풀리지 않으면 핵 폐기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핵 폐기와 BDA 문제를 다소 분리해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부상이 이를 다시 쟁점화할 수도 있다. "BDA 얘기만 안 나와도 이번 회담은 반은 성공"이라는 얘기가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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