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감 없어 고민 미 민주당/록펠러의원 불출마 선언… 인물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부시 인기높아 “들러리” 우려도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3기째 공화당에 백악관을 내주고 있는 미국 민주당은 그동안 가장 강력한 대통령후보로 부상해온 존 록펠러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이 7일 기자회견을 자청,차기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심각한 인물난에 빠져들게 됐다.
록펠러 의원은 조지 부시 현대통령에게 맞설 강력한 이렇다할 인물이 없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장 강력한 맞수로 거론돼온 인물로 미국 최대갑부인 록펠러가문 출신이라는 지명도 이외에도 스스로 자기가문을 비판하는 겸손한 태도,그리고 케네디와 루스벨트 등 명문출신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좋은 기억 등에 힘입어 후보지명과 당선가능성이 낙관적으로 평가됐었다.
특히 록펠러 의원은 국무부 근무경험과 미국에서 제일 가난한 버지니아주를 기반으로 정치적 성장을 거듭,현 부시 행정부의 가장 큰 실정으로 지적되고 있는 내치의 충실화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꼽혀왔기 때문에 그의 불출마선언이 민주당에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면위로 떠오를 듯하던 민주당의 차기대권 출마자들의 거취가 한결 신중해진 상태이다.
예년같으면 선거를 1년여 앞둔 지금쯤 이미 적지않은 인사들이 후보출마를 선언하고 후보지명을 위한 예비선거준비로 부산한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가 이미 불출마선언을 했고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 폴 송거스 전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이외에는 자천타천으로 후보출마가 예상되던 중진정치인들마저 출마의사를 비추지않고 있다.
후보지명에 성공한다 해도 지난 걸프전 승리로 최근까지 60∼70%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질 것이 뻔한 게임을 자청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패배의식이 팽배한 때문으로,한편에서는 이러다가 부시 현대통령의 재선이 기정사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민주당측으로서 차기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호재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이 ▲의료보험문제 ▲교육문제 ▲주택문제 ▲중산층의 수입감소문제 등 산적한 국내문제를 팽개쳐두고 국제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해 공화당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게파트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결과 부시의 개인적 인기라는 것이 종이장과 같이 보잘 것 없는 것임이 드러났다』면서 차기선거에서 부시의 패배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안보문제나 세금문제의 처리는 공화당정부가 낫지만,그들에게 더욱 큰 관심거리인 교육·건강·환경·경제 등 분야에서 오히려 민주당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80년대를 통틀어 훨씬 더 궁핍해진 중산층이 공화당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것을 무엇보다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동향에 힘입어 민주당은 중산층이 부시 대통령을 버리고 민주당으로 돌아서도록 하려는 전략을 구상중에 있으나 문제는 앞서의 지적처럼 부시에 대적할만한 강력한 「장사」가 마땅치않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민주당 후보지명전에 나설 인물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이미 출마를 선언한 송거스 전 의원외에 미국기업과 근로자가 국제경쟁력을 잃게된 현실을 지적하면서 과감한 교육투자를 주장하고 나선 빌 클린튼 아칸소 주지사와 톰 하킨 상원의원(아이오와주)을 들 수 있다.
이밖에 버지니아의 최초흑인 주지사 더글러스 와일더,마리오쿠오모 뉴욕지사,앨버트 고어 상원의원(테네시주),로이드벤슨 상원의원(텍사스주)가 주위의 거명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부시에 대적하기에는 너무 「경량급」이라는 지적과 자신들이 자칫 부시의 들러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입조심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여론조사결과를 반드시 민주당에만 유리하게 해석될 수만도 없다는 이견도 이들의 행보를 주춤하게 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