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엄청난 명13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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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춘의 나이에 벌써 자기의 유택을 장만하기에 모든 정력을 쏟는 경우가 그것이다. 진시황도 그랬지만 명의 신종(만력제)도 그랬다. 그는 재위중 우리나라에 임오군란이 일어나서 구원군을 조선에 파병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관계가 깊은 인물이다. 이황제는 10세에 등극하여 48년동안 재위했는데 한마디로 고약한 사람이었다. 주색에 빠져 많은 생사람을 때려죽이고, 정치를 돌보지 않아서 명조쇄망의 원인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1959년에 중국정부가 그의 능(정능)을 발굴하여 능의 내부가 일반에게 공개됐다. 이 능은 지하 27m에 있는 건축면적 1천1백95평방m의 지중궁전으로 되어 있는 데, 거기에는 황제의 유령이 쓸수 있는 금·은의 집기와 가구, 의관과 복식은 물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옥좌와 휴식처등이 구비되어 황제 유령의 일상생활이 생전과 마찬가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나는 오래전에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능의 규모는 피라미드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고, 지하 우문·석질등의 공법의 정교함은 피라미드의 유가 아닌것 같다.
이 능의 건립에는 당시 중국정부 총수입의 2년분이 들어갔다고 한다. 간과할수 없는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5천년전의 작품인데 비해, 이 정능은 불과 4백년전인 1590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즉, 중국은 근세에 이르기까지 국력을 기울여 가면시 피라미드를 만들고 있었으니 아연할 수밖에 없다. 중국 통치자들의 의식과 행태는 2천년전의 진시황때나 근세에 와서나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놀랍기만하다. 그들은 사후에도 생전과 같은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중국문화의 특성중에는 특히 그 지속성·불변성및 포용성이 돋보인다. 중국문화는 대고의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단절없이 지속되어 왔다. 다른 모든 고대문명이 다 죽어 없어졌는데도 중국문명은 옛날 그대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주위의 이민족을 동화시켜왔으며 역사학자 토인비가 세계의 다음 세기를 위하여 기대를 건 유연한 정치력을 길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의 이면에는 명십삼능이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어두운 일면이 있다. 그것은 그 강한 생명력이라는 강점과 아울러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진취력과 적응력의 부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모든 문화에는 강점과 단점이 혼재되어 있는데 중국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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