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돌아온 외국인, 증시 '2월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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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 화색이 돌고 있다. 외국인들이 근래 보기 힘든 공격적 매수세를 펼치면서 증시를 한껏 달궈 준 덕이다. 이들이 7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4.22%나 뛰었다. 불과 닷새 만에 지난 한 해 상승률(3.99%)보다 더 가파르게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 덕에 해가 바뀌자마자 1300선 중후반으로 주저앉았던 지수는 1400대를 되찾았다. '몇년 전 한국 증시를 등진 유럽계 대형 펀드들이 되돌아 오고 있다'는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는 등 증권가의 관심도 온통 외국인 움직임에 쏠려 있다. 외국인들의 5일 연속 순매수까지 화제가 될 정도다. 증권가는 지난해 3월 31일 이후 10개월 만에 찾아온 순매수 행진에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귀환을 무작정 반기는 쪽만 있는 건 아니다. 몰려드는 외국인들의 '정체'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일 것이란 경계 심리도 커지고 있다.

◆'외면'서 '관심'으로 바뀌나=외국인들은 2004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줄기차게 국내 주식을 팔았다. 이 기간 순매도 물량만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매도 공세로 한때 42%에 이르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최근엔 37% 부근까지 주저앉았다. 1998년 증시 완전 개방 이후 웬만한 우량주의 보유 비중이 턱까지 찬 데다 가격도 오를 만큼 올랐다는 외국인들의 판단이 대량 매도를 부른 것이다.

이런 '셀 코리아' 공세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외국인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순매수로 돌아섰다. 순매수 규모도 생각보다 많은 1조원 이상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 연구위원은 "이전과 달리 외국인들이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을 '왕따'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8900여억원을 순매수했다. 대만.태국 등 신흥시장 곳곳에서도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같은 기간 서울 증시에서도 8000여억원어치를 동반 순매수했다. 글로벌 증시 중 유독 한국 증시만 외면했던 이전 행태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과연 '구원투수'일까=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외국인 컴백'에 대해 "한국을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인식하는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거품 붕괴 가능성이 커지면서 '준(準)선진 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대만이 새로운 대안 투자처로 떠올랐다"고 설명한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힘으로 올 1분기에 15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강세론자들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장 전문가는 여전히 신중하다. 이들은 "이전 같은 '바이 코리아' 기대감은 갖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단기 차익을 노린 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들이 차익을 챙기고 급하게 빠져나갈 경우 코스피 지수가 되레 1300선 아래로 밀릴 수도 있다"고도 했다.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신흥 증시의 움직임도 변수다. 지난해 5월 인도 증시 급락은 전 세계 신흥 시장의 조정을 불러 왔다. 이에 따라 중국.베트남 등 신흥 대표 주자들이 경착륙하면 한국 증시가 '반사 이익'보다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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