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EALESTATE] 차라리, 바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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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가 있는 권모(52)씨는 최근 시가 16억원짜리 강남구 역삼동 44평형 아파트를 상가 건물과 맞바꾸기 위해 중개업소에 교환매물로 내놓았다. 주변 시세보다 호가를 낮춰 일반 거래시장에 매물을 내놨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대출금이 4억원에 달해 매달 이자만 200만원 이상 나가고, 집값도 더 이상 오를 것 같지 않아 아파트 한 채를 교환거래 시장을 통해서라도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교환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요즘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의 '잘나가던' 아파트들도 교환시장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지속되자 집주인들이 중소형 상가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상품과 맞바꾸려 한다. 하지만 부동산 맞교환은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강남권 아파트도 교환거래 대상=교환거래는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물건을 서로 맞바꾸는 것이다. 잘 활용하면 일반 매매로는 팔기 힘든 '애물단지'를 비교적 쉽게 처분하고, 원하는 부동산을 목돈 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교환거래 전문업체에는 거래 희망 문의건수가 늘고,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까지는 상가와 주택, 토지와 상가, 토지와 전원주택 간 교환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강남권 아파트까지 가세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변에 있는 R부동산중개업소에는 맞교환을 원하는 부동산 물건이 30여 건 이상 쌓여 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1.5배가량 늘었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교환거래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부동산교환 전문업체 렉스 김정남 대표는 "예전엔 강북권이나 수도권 외곽의 '나 홀로 아파트' 등이 교환시장에 가끔 나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강남권 핵심 블루칩 단지도 교환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SK컨설팅 김현웅 부장은 "강남권과 마포구 공덕동 등 유망지역 아파트도 하루 평균 1~2건씩 교환물건으로 올려진다"고 전했다.

◆따져야 할 부분 많아=교환매물은 계약에서 잔금까지의 기간이 짧아 미리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 상가와 오피스 매물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값이 싸다고 덜컥 구입했다가 수익은커녕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교환 희망 물건의 상당수가 시세나 임대료 등이 부풀려져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팀장은 "교환 상대자가 시세를 속였더라도 계약을 무효 처리하거나 사기 혐의로 소송해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며 "발품을 팔아 물건의 가치와 시세를 꼼꼼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환거래를 중개하는 사람 중 무허가 업자도 많은 만큼 직접 중개업소를 방문해 등록업소인지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교환거래도 일반 매매처럼 양도차익이 있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시세가 크게 차이 나는 물건을 맞교환하면서 같은 가격으로 신고했다가 적발될 경우 그 차액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교환거래도 일반 매매 때처럼 취득.등록세를 내야 한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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