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개장 1년 앞둔 풍암유통단지 '표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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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시내에 흩어진 유통시설을 한 곳에 모아 물류비를 줄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추진 중인 종합유통업무설비단지 조성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는 1996년 서구 매월동 풍암지구 19만평에 종합물류단지 조성에 착수, 내년 말 완공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총 2천6백63억원으로 잡았다.

이 곳에 들어설 핵심시설은 제2 농수산물 도매시장.화물터미널.기계공구단지.화훼시설단지.공산품 집배송단지.자동차 부품상가 등이다. 2단계 사업지구 3만5천평은 은행.약국.휴게소.식당.주차장.주유소 등 지원시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종합유통단지는 2001년 11월 개장한 화훼시설(3천평)만 제대로 가동될 뿐 나머지 시설은 각종 민원과 법인 선정 지연, 입주예정자 외면 등으로 사업 추진이 더디다.

? 사업 추진 지지부진=화물차량을 수용할 화물터미널(1만9천평) 조성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 4월 사업자 측이 광주시로부터 공사시행 인가를 받았으나 터미널 운영만으로는 수익성이 없다며 숙박시설 3개 동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유통업무 설비로 지정된 곳이라 변경해 줄 수 없다며 거부했고, 사업자가 지난 7월 터미널사업 인가를 반납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제2 농수산물 도매시장(3만3천평)은 2001년 1월 입찰 때 시공사 자격 시비가 불거져 법적 공방이 벌어지더니 현재 입주 법인 선정 문제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청과동.채소동.수산동 건물공사는 내년 1월께 끝날 예정이다. 하지만 각화동 제1 농산물 도매시장의 도매상들이 법인 참여를 외면하고 있다. 청과물 도매상 김모(53)씨는 "물량을 분산 처리할 경우 농산물 유통시장의 출혈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며 "신규 법인이 참여하면 입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산품 집배송단지(1만5천평)는 60필지로 나눠 60명에게 분양했으나 현재 공사를 하는 곳은 12필지에 불과하다. 공정률은 23%로 내년 말 완공 계획이 불투명하며, 특히 창고.하역.보관.편익시설로 사용해야 할 시설이 일부 판매시설로 둔갑했다.

서구 양동.유동 일대 공구상가의 수용을 위해 조성된 기계공구단지(3만8천평)의 경우 분양률은 90%에 육박했으나 사실상 제품 보관 창고로 전락하고 있다.

2단계 사업지구에 조성할 지원시설도 광주 도시공사의 당초 사업계획과 달리 지원시설 부지를 대폭 줄이는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총 3만5천평 가운데 10%도 되지 않는 3천3백평만 휴게소.식당 등 지원시설을 조성하고 도로.광장 등 공공시설 부지를 뺀 2만1천1백평을 유통시설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 광주시 입장.해결 방안=시는 화물터미널 부지를 사들여 공사를 재개할 제2 사업자를 물색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의회도 최근 화물터미널은 종합유통단지의 필수시설인만큼 하루빨리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며 광주시에 제2 사업자 공개모집 등 유통단지 정상화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제2 농수산물도매시장 문제에 대해선 시 관계자가 "지난 14일 열린 입주 법인 선정을 위한 설명회에 11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관심이 높다"며 "다음달 20일까지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4개 법인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또 공산품 집배송단지에 대해선 판매시설을 철거하고, 기계공구단지는 기존 점포 철거와 유통단지 내 입주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구두훈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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