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수학은 스스로 요령 깨치는 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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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원래 수학에 호기심을 갖도록 태어납니다. 그런데 부모가 욕심을 내 무리하게 체계적인 수학 교육을 강요하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수학을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수학 공부를 잘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요. 처음 배울 땐 잡아줘야 하지만 계속 연습하면 쉬워지고 잘하게 되는 것이지요. 수학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 학습량이 쌓이면 감각과 조정력이 길러집니다."

'수학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는 상당수 엄마의 바람이다. 최근 대입 논술과 관련해 논리력과 사고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쩍 더 그렇다. 그러나 수학은 여전히 어렵고 딱딱한 과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교대 박만구(사진) 교수는 이런 엄마들에게 "자녀의 수학 교육에 있어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자신이 좋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재밌고 긍정적인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교대 영재교육원 지도교수와 삼성출판사 내 삼성수학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유아.초등학생의 수학 교육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박 교수를 서울교대 연구실로 찾아가 만나봤다.

-수학은 언제부터 가르치나.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수학 학습'도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언어를 배울 때 '한 개'하는 수 개념도 같이 배우는 것이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수학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도록 한다. 조금 더 크면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라도 많은 질문을 통해 문제를 의심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한다. "왜 그럴까? 한번 생각해 봐"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어린 나이 때 수학에 어떻게 접하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게 될 수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 자녀의 수학 교육에 있어 엄마들이 뭘 주의해야 하나.

"자녀의 수학에 대한 '좋아함'과 '호기심'을 방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요령을 가르치면 하루를 앞서는 아이로 만들 수 있지만, 스스로 요령을 깨칠 때까지 기다려주면 평생을 앞서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학 학습 태도가 올바르게 형성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를 누적해 가는 것이 어느 날 많은 공부를 느닷없이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자녀가 어리기 때문에 엄마의 '유도와 체크'가 학습 효과를 내는데 일정 부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수학을 무조건 싫어하는 아이에겐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나.

"수학을 싫어하는 경우는 대부분 부정적인 학습 경험 때문이다. 우선 자녀에게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하기 위해 수학 교과서와 관련된 교양도서를 읽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미와 학습을 겸할 수 있는 교양도서를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과서와 익힘책을 공부한 뒤 자녀가 엄마에게 간단한 문제를 내보게 하는 것도 좋다. 문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종합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개념 정립에 좋고, 자발성도 갖게 돼 수학에 대한 태도도 좋아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해당 학년 수준을 어려워하면 수준을 한 단계 낮춰 공부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를 푸는 쾌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면 수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김남중 기자, 사진=이명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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