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논쟁 부른 巴金, 100세에 中 인민작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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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에서 지난해 '안락사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원로 문학가 바진(巴金)이 '1백세 인민작가'가 됐다.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인 바진은 지난 25일 1백세 생일인 '화탄(華誕)'을 맞아 중국 지도부로부터 인민작가 명예증서를 받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는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을 바진이 4년째 입원 중인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병원에 보내 "생명과 예술, 그리고 정신이 항상 푸르길 기원한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바진은 1920년대부터 루쉰(魯迅).궈모뤄(郭末若) 등과 함께 문학.언론 활동을 통해 항일운동을 펼쳤던 중국 문학계의 태두(泰斗). '가(家)''우(雨)''무(霧)'와 '춘(春)''추(秋)' 등 많은 작품을 썼고, 80년대 중반엔 문화혁명을 비판한 '수상록(隨想錄)'을 내놓기도 했다.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을 지내며 정치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혁명으로 홍위병들의 핍박을 받았던 66년 부인을 잃은 뒤 37년간 독신생활을 해왔다.

90년대 후반부터 혼수 상태에서 말조차 못하는 바진이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중국 대륙에선 다시 한번 '안락사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가 맑은 정신에서 "장수(長壽)는 좋은 일이 아니라 고통이다. 나에겐 일종의 징벌"이라며 측근들에게 안락사를 부탁했기 때문. 하지만 바진의 병실을 찾았던 李상무위원은 병원 관계자들에게 "정성을 다해 선생을 모셔라"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바진이 애지중지했던 3만여권의 책과 1만점의 사진.편지 등이 최근 중국 각지의 도서관에 기증되기도 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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