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육 정기 점검 … 투명한 지원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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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심정으로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북 지원 단체 '퍼스트 스텝스(First Steps)'를 이끄는 수전 리치(44.여.사진) 대표. 북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콩우유 엄마'로 통한다. 그는 7년째 북한에 어린이 콩우유 등 영양식을 지원해 왔다.

토론토 토박이인 리치 대표는 2000년 9월 캐나다 외무장관의 통역사로 방북했다. 당시 함흥 지역의 병원.보육원 등에서 참혹한 실상을 목격했다. 그는 "캐나다에 돌아와 막내(8개월)에게 이유식을 먹이면서 앙상하게 여윈 북한 어린이들이 자꾸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리치 대표는 북한 어린이 돕기에 나섰다. 우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8600달러를 모았다. 이 돈으로 이유식을 보내면서 퍼스트 스텝스가 탄생했다. 이 단체는 500여 명의 개인 회원과 단체 후원금을 받는다. 주 사업은 콩우유 제조기인 '바이타 카우'를 보내는 것이다. 이 기계 한 대면 하루 2000명의 아이가 먹을 콩우유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남포.원산 등에 모두 17대를 지원했다. 매일 3만여 명의 아이가 혜택을 받는다.

최근에는 전력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콩우유 제조기 '바이타 고트'를 개발해 네 대를 전달했다. 전력난이 심한 북한에서 폐옥수수 등을 태워 작동할수 있게 맞춤형 기계를 제공한 것이다. 이 기계는 대당 하루 1000명의 아이가 마실 콩우유를 뽑아낸다.

◆"사후 검증은 철저히"=국내에는 20여 개의 민간 단체가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에 참여 중이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어린이 지원이 확대된 만큼 모니터링(사후 검증)도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야 그에 따른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치 대표는 매년 수차례 방북해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북측에선 '성장 도표(아이들의 키.몸무게 등을 기록해둔 자료)'를 보여 준다고 한다. 그는 "발육 상황을 정기 점검하는 조건을 달아 투명성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체는 여전히 형식적인 검증에 그치고 있다. 한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는 "북측에 사용처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구체적인 모니터링 방식까지 요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당국과 지원 방식을 놓고 마찰을 빚다가 현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강현 기자

◆바로잡습니다◆

지난해 1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당국과 지원 방식을 놓고 마찰을 빚다가 현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기에 바로잡습니다. 세계식량계획 측은 본지에 "지난해 5월 구호 프로그램이 축소됨에 따라 북한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일부 직원과 사무실을 감축했으나 철수한 적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단체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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