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초당적 민생 협력체제 구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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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 임시국회가 열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법률안 2981건 등 3286건으로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라 연말에 가까이 갈수록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생 관련 안건의 처리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14일)가 예정돼 있고, 탈당 사태도 급격히 확산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의 지원 없이 국정을 운영해 가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번 국회에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에 앞서 국민투표법까지 고치겠다고 한다. 다른 때보다 더 여야 국회의원의 협조를 당부해도 어려운 국면에 개헌안을 국회에 던져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민생 문제를 비롯한 다른 국정 현안은 뒤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참여정부 4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민생에 전념하라는 말은 욕"이라고 말했다. "국정에 전념하지 않는 대통령이 어디 있으며, 민생 아닌 것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민생을 풀기 위해서는 현 집권 세력이 잘 쓰는 말로 '진정성'이 필요하다. 여야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던져놓고 안 따라오면 남의 탓으로 모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아무리 민생 관련 법안이라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 동의하지 않는 부동산 법안을 던져 놓고 무조건 통과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6일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와 만날 때 개헌이 아닌 민생을 논의해야 한다. 9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는 민생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체제를 끌어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되지도 않을 개헌 문제로 국정을 뒤흔들지 말고, 정치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 그리하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연금 개혁 등 몇 가지 국가적 과제만이라도 임기 중 해결하고 넘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