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후계구도 심상찮은 전초전/잇단 제주회동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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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결속 다지며 YS독주 견제/민정계/“후보 조기결정” 공세 나설듯/민주계
민자당의 속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박태준 최고위원의 적극움직임,최영철 대통령특보의 대통령후보 경선발언 등 민정계의 행보가 눈에 두드러지는 가운데 제주에 내려간 김영삼 대표도 김종필 최고위원,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과 연쇄적으로 회동을 가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계파마다 상대의 속셈을 계산하면서 전략을 가다듬고 있어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전후한 가을정국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민정계의 속셈은 최영철 특보의 「야당식 자유경선」 발언으로 표출된 것 같다.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28일 제주에서 김영삼 민자당대표를 만난 최특보는 차기대통령후보는 경선이 아닌 사전조정이 가능하다고 김대표를 의식한 설명을 했으나 갈등의 핵심인 후보자결정시기에 대해선 국회의원 총선이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특보는 『당헌 당규상 대통령후보결정 시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해 김대표가 요구하는 「선대통령후보 지명 후총선」을 수용할 수 없다는 청와대와 당내 민정계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그가 지적한 민자당 당헌에는 대통령 선출시기를 「대통령임기만료 1년전부터 90일전」으로 92년 2월24일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민정계는 92년 2월 총선실시후 노대통령의 당총재임기가 끝나는 92년 5월9일 전당대회에서 후계자선출이 「정상적」 정치일정이라는 입장이다.
최특보의 발언은 쉽게 말해 총선까지 현지도체제를 변경않고 노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권력누수방지에 뒷받침해 나가야 하고 그후 문제는 전당대회에 맡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후보의 조기결정을 희망하는 김대표의 요구에 대한 민정계의 응답이기도 하다.
노대통령 방미직후 노­김대중 신민총재 회동 등으로 정국의 변화가능성이 대두되자 김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그의 후보 조기 결정 요구를 강력하게 밀고 나갔고 이것이 다시 청와대와 민정계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셈이다.
민정계의 김대표 견제는 박태준 최고위원의 이례적인 적극적 태도에서도 감지됐다.
민정계 관리자인 박최고위원은 최특보 발언파문의 와중에서 27일 차기후보를 뽑는 전당대회 소집시기에 대해 『전적으로 노대통령의 생각에 달린 것이지만 노대통령의 생각은 「총선후」가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이 문제에 대한 시각에서 청와대와 민정계가 일치하고 있음을 다시 입증했다.
지난 14일 민정계 중진들과의 단합골프모임이후 자신있게 민정계 단속에 나서고 있는 박최고위원의 움직임은 노대통령의 뒷받침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최고위원은 지난달말 노대통령의 방미직전에도 단독으로 만났고 귀국후 노­김영삼회동 닷새뒤에도 또 따로 회동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노대통령은 16일 박최고위원과 독대했을때 김대표가 총선전 후계구도결정을 요구한 11일의 청와대 주례회동 내용을 들려주면서 김대표의 요구수용불가와 민정계 결속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정계의 핵심중진은 『노대통령과 박최고위원의 「교감」의 밀도는 과거와 달리 강도가 있는 듯하며 박최고위원은 노대통령의 메시지를 의욕적으로 전달하려는 인상이다』고 했다.
○…그러나 민정계의 이같은 움직임이 김대표의 독주를 단순히 견제하는 차원만은 아니며 새로운 정국변수를 끌어내려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해석때문에 계파간 갈등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대표가 현재의 양김구도를 그대로 대통령선거까지 끌고가려는데 대해 민정계는 현상을 무너뜨리기 위한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듯 하다는 것이다.
민정계가 주목하고 있는 변화의 가능성 시점은 9월말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을 전후한 남북한 및 주변환경의 변화다.
이미 유엔총회에 참석키로한 노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뉴욕회담이 준비되고 있어 민정계는 이를 계기로 내각제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의 대권구도에 대한 마지막 점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찬 의원등의 「신정치그룹」이나 이춘구 의원 등 당헌에 의한 정치일정관리를 주장하는 그룹 모두 내각제개헌은 현재도 어렵지만 총선이후는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국에 엄청난 변화가 온다면 현재와 같은 양김구도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며 내각제등의 가능성도 배제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현재 제주에서 휴가중인 김대표의 정국구상은 민정계가 추진하는 정국변수를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이의 차단을 위한 움직임을 조기결행할 것인가를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표의 측근인 최형우 정무1장관은 『제주휴가이후에도 탐색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담판이 있기엔 시간이 아직 이르다』고 조기결전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일부에선 이번 기회에 김대표의 의중을 민정계쪽에 분명히 전달,일정수준의 긴장국면 조성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김대표가 후계자문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 계파대립은 심각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김대표의 제주구상이 어떻게 정리될 것이냐에 일단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데 김대표는 최근에 드러난 노대통령의 더블플레이 등을 들어 당운영에 대한 공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으며 후보조기결정등을 그대로 밀고나갈 가능성도 있어 관심이다. 여권의 갈등은 김대표나 민주계의 구상에 따라 폭발시점이 정해질 것이며 그것은 선거구문제·통일정국문제 등과 얽혀 터져나오게 될 것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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