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빗장풀기 “청신호”/국제(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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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 새 당강령채택 공산주의 포기/중동 평화회담 이스라엘도 긍정적
한달째 계속되는 유고슬라비아의 내전,모잠비크반군에 의한 1천여명의 주민학살,동남아를 휩쓴 폭우로 인한 수다한 인명 및 재산피해 속출 등으로 어수선하면서도 지구촌 최후의 폐쇄집단인 북한이 드디어 적극적인 개방을 시사하고 공산주의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이 마침내 공산주의를 털어버리는가 하면 중동 평화회담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등 개방과 화해의 빛이 엿보인 한주였다.
○김주석 동구민주화 인정
○…「동토의 왕국」 북한도 세계질서의 대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모양이다.
김일성 북한주석은 24일 함흥에서 가진 일조 우호촉진의원연맹대표단과의 회담에서 『우리나라도 지구상의 일개 국가이므로 지구의 움직임과 맞춰 살고 싶다』고 밝혀 고립과 대립으로 상징되던 종래의 노선에서 급선회,개방과 화해가 주축이 된 정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김주석은 특히 동구의 민주화를 인정하고 핵사찰허용협정에 서명하겠다면서 남북관계와 대미관계도 상호존중원칙에 따라 추진할 경우 낙관적이라고 발언,정책전환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한편 북한전문가들은 김주석의 이같은 발언이 유엔에서의 입지강화와 대일수교성사 등을 위한 유화제스처인 동시에 동구사태이후 겪어온 일련의 어려움을 극복한 자신감의 표시인 것 같다면서 성급한 기대를 우려하는 조심스런 분석을 하고 있다.
김주석은 이같은 발언의 대전제로 「조선식 사회주의의 유지」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보·혁공방 당초 예상깨
○…소련이 마침내 마르크스­레닌주의 탈피를 선언했다.
미하일 고르초프 소련 대통령이 25일 당중앙위원,각지역 및 공화국 공산당책임자등 4백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중앙전체회의 연설에서 「소련 공산당은 노동자계급을 대표한다」는 당의 주요강령을 포기해야 한다고 선언,공산주의의 포기를 공식 제기한데 이어 26일 이를 골자로한 새로운 당강령이 압도적 지지로 채택됨으로써 70여년간 지속돼온 소련 공산주의가 드디어 종언을 고했다.
당초 이 선언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그를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배반자」라고 비난하는 당내 강경보수파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으나 이같은 전환이 소련개혁의 필연적 수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통과돼 오는 11월중 개최될 임시당대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최혜국대우 연장
○…중국에 대한 무역최혜국(MFN)지위를 무조건 연장하겠다는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의 제안이 성사될 것 같다.
미 상원은 24일 중국내 인권개선·무기수출자제 등의 엄격한 단서조항을 붙여 중국에 대한 92년도 무역최혜국지위부여안을 55대 54로 통과시켰으나 이는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번복할 수 있는 3분의 2선에 못미치는 지지이기 때문이다.
○팔대표문제로 한때 난항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던 중동평화회담이 모처럼 성사의 조짐을 보였다.
제5차 중동순방에 나선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이스라엘과의 평화회담에 관한 시리아의 수락을 받아낸데 이어 22일 이츠하크 샤미르 이스라엘총리로부터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24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대표 선정문제와 관련한 미국측안을 거부,한때 난항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26일 샤미르총리가 평화회의 개최를 저해하는 장애요소가 여전히 있다는 지적과 함께 즉각적인 회담개최를 희망해 오는 10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악의 홍수피해
○…지구촌 곳곳에서 무고한 인명이 무더기로 죽어갔다. 특히 일련의 폭우로 인한 천재로 지난주까지 한국을 비롯,중국·방글라데시·인도·필리핀·라오스등 아시아지역에서 무려 2천여명이 사망했다.
특히 중국은 양자강일대에 몰아닥친 태풍과 홍수로 수재민이 무려 2억명이나 발생했고 사망자가 1만여명에 이른다는 풍설이 나돌 정도로 최악의 피해를 봤다.<윤재석 외신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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