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이어트, 자녀 당뇨병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결핍이 미토콘드리아 이상을 초래해 자녀들의 성인병 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원자력병원 및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임신한 쥐를 실험한 결과, 태아기의 영양실조가 췌장의 미토콘드리아 이상과 인슐린 분비 감소를 불러 당뇨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원자력병원의 이윤용 박사와 서울대 의대의 이홍규.박경수 교수팀은 임신한 암컷 쥐에게 임신 초기부터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동안 단백질이 일반 사료의 3분의 1밖에 들어있지 않은 사료를 공급하고 각 조직을 관찰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영양실조로 태어난 새끼 쥐의 췌장을 검사한 결과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의 모양과 숫자가 비정상적이었으며, 미토콘드리아의 호흡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시토크롬 c 산화효소'의 발현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이 정상 쥐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것.

이에 앞서 연구팀은 이전 동물 실험에서 태아기의 영양실조가 췌장.골격근.간 등의 주요 장기에서 미토콘드리아 기능 감퇴로 이어짐을 확인한 바 있다.

이홍규 교수는 "심한 다이어트를 통한 영양결핍은 엄마의 난자에 영향을 주며, 태아의 발달과정에서 여러 장기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결국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성증후군 등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 실험결과를 바로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자녀의 미토콘드리아가 대부분 엄마의 난자에게서 물려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2 ̄3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개최되는 '제 4차 아시아 미토콘드리아 연구의학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토콘드리아: 세포 내 존재하는 소기관 중의 하나. 세포 내 영양분을 산소와 반응시켜 에너지로 바꿔준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은 근육.신경 질병, 당뇨병, 치매와 같은 만성 퇴행성 질환들, 여러 암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정란 속의 미토콘드리아는 거의 엄마로부터 유래해 후손에게 유전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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