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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모든 영혼의 치료사"|국제 샤머니즘 대회 참가 하와이 무당 서지킹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훤칠한 키, 지적인 외모, 멋진 구레나룻이 할리우드의 영화 배우를 연상케 하는 하와이 무당 서지 카힐리 킹 박사(53).
그에게선 전혀 무당 냄새가 나지 않는다. 국제 샤머니즘 학회가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고 있는 국제 샤머니즘 학술 대회에 참석해 첫날인 22일 굿판을 벌인 킹 무당은 그러나 아버지·아내·세 아들이 모두 무당인 「골수 무당」으로 전 세계를 오가며 강의와 굿판을 벌이는 국제적인 명사다. 『14세 때 길을 가다 옆 건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위험한 사고가 정확하게 눈에 보이는 신통력을 경험하면서 무당의 길로 들어서게 됐지요.』 무당이 될 수 있는 이같은 그의 「훌륭한 자질」은 이미 무당이었던 그의 아버지에게 곧 발견 됐고 그 이후 그의 무당 생활은 서서히 익어가기 시작했다.
영국계·프랑스계 미국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 역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듣고, 또 대화할 수 있는 신통력」을 한 하와이 무당에게 인정받아 그 가문에 무당으로 입양됐었다. 『무당이 되려는 사람은 특별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나무·돌·태양·불·별·새 등이 모두 영혼을 갖고 있고 이들이 서로 대화하고 교감한다는 것을 느끼고 알아야 합니다,』
그가 섬긴다는 신도 역시 하늘·바람·물·땅 등이 세상의 모든 것이다.
이것을 「모든 것의 위대한 영혼망 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이오」 (IO) 라고 그는 지칭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태생인 그는 클로라도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후 캘리포니아 코스트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아프리카에서 7년을 공부하는 등 그는 여러 나라 10개 학교에서 수학, 각국의 샤머니즘학에 관한 한 타인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식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평이다.
그는 73년부터 하와이에서 「알로하 인터내셔널」이라는 무속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샤머니즘에 대한 지식과 정보, 굿판을 벌이는 테크닉 등을 가르쳐주는 이 연구소에는 30명의 교사가 있고 15개국의 5천여 학생·학자·무당 등을 회원으로 하고 있다는 것.
강연·저술 활동으로 충분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복채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무당은 인간의 육체와 영혼,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등 온갖 관계를 제대로 치유하는 치료사지요.』
굿판은 치유의 여러 가지 방법중 하나일 뿐, 그는 신들린 사람에게 때로 주문을 외거나 기 (에너지)로 어루만지기도 하고 때로는 영혼을 빼내기도, 집어넣기도 한다는 것..
그가 굿판을 벌일 때 사용하거나 걸치는 것은 하와이 고유의상과 나무껍질로 된 머리띠, 대나무 플루트, 씨앗이나 구슬로 엮은 목걸이, 무릎에 매다는 작은 북 등이다.
한국방문이 처음이지만 한국 무당의 굿을 필름으로 보았다는 그는 『한국 굿의 무복이나 음악 등이 매우 인상적이며 강한 힘과 움직임을 내포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샤머니즘을 단지 미개한 사회의 미신 정도로 백안시하는 사람들에 대해 킹 무당은 『이 세상 온갖 사물에 영혼이 없다는 그들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자기가 볼 수 없고 믿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16년 전인 75년 어느 날 하와이의 한 벼랑가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 앞으로 태어날 영혼들과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한 경험이 자신의 무당 생활 중 가장 극적인 감동을 가져다주었다는 그는 지금도 엄연히 지구상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인간이 죽으면 가야할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함께 학술 대회에 참석한 그의 부인 글로리아 킹씨 (53)도 무당이면서 영양사며 각각 목수·상인·해군인 세아들 역시 무당을 경직하면서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척·이웃·친구들을 위한 무료 봉사를 기쁨으로 삼고 있다고.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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