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그만 때렸으면…얼굴 꿰매기도 지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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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병원 의사가 전북 부안의 주민들에게 전.의경에 대한 폭력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에 주민들은 "민간인에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이 더 나쁘다"고 반발, 인터넷 논쟁이 일고 있다.

국립경찰병원 치과의사 박재형(25)씨는 지난 21일 범부안군민대책위 인터넷 사이트의 '한마디'코너에 호소문을 띄웠다."하도 응급실에 들어오는 전.의경이 많아서…"로 시작한 글은 "제발 쇠파이프로 얼굴을 때리지 마라. 매일 전.의경의 상처를 꿰매다 보니 살덩어리인지, 천조각인지 무감각하다. 제발 돌멩이를 입 주위로 던지지 마라…"로 이어졌다.

그리고는 "윗입술부터 코 밑까지 'T'자 형태로 찢어진 한 대원을 꿰매는 데 두어시간이 걸렸다. 40~50 바늘은 꿰맨 것 같다. 전날엔 왼쪽 뺨이 쇠파이프의 뾰족한 곳에 관통돼 입 안팎으로 양쪽에서 꿰맨 대원만 두 명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어제는 여의도 농민시위에서 죽창에 찔려 들어온 의경들과 부안에서 다친 의경들이 겹쳤다. 농민 시위, 파병반대 시위, 노동자 시위 등으로 경찰병원은 흡사 전쟁터 같다. 아수라장"이라고 최근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의경들이)치아가 많이 부러져 밥도 못 먹고 굶고 있다. 시위를 그만하라는 게 아니라 전.의경 좀 그만 때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산탄 얘기를 듣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얼굴에 염산을 뒤집어 쓴다면…상상하기도 싫다"고 쓰기도 했다. 그러자 이 사이트에는 朴씨의 글을 반박하는 부안 주민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비무장한 군민들을 1백명씩 다치게 하는 전경들이 더 나쁘다. 부안의 성모병원과 혜성병원에 와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진실)

"경찰이 찰과상을 당하면 부안 군민은 머리가 함몰된다."(mindle)

경찰병원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25일까지 부안에서 전.의경과 경찰관 72명이 부상, 14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부안군민대책위 측은 "주민들도 경찰에 맞아 현재 30여명이 입원 중이며, 지금까지 5백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임미진 기자<limmiji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사진 설명 전문>
전북 부안군 주민 60여명이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올해 안에 위도 핵폐기물 처리장 건립에 대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부근과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경찰이 부안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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