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태는 정책실패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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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에서 신용카드 사태가 벌어지고, 부동산 버블(거품)이 생긴 것은 한국 정부의 임기응변식 정책 탓이다. "

모건스탠리의 세계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최근 홍콩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뉴욕~홍콩 화상회의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근시안적 경기부양책이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치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한 것이 초기에는 적절한 판단이었지만 경기부양을 과도하게 신용카드에만 의존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최근 신용카드 사태는 정책 실패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40%에 이르는 것은 지나치다"며 "중국이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며 성장률이 떨어지면 그 여파로 한국은 금세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경기 연착륙에 실패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로치는 지적했다.

로치는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 12~18개월을 목표기간으로 할 때 15~20%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달러화 가치의 재평가는 지나치게 미국에 편중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바로잡히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경제가 고용 증가없이 회복하는 것은 세계 경제가 세가지 거대한 힘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메가 포스는 ▶중국의 제조산업 성장▶정보기술(IT) 혁명▶기업의 비용절감 추구 등이라고 분석했다.

홍콩=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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