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티어스 인 헤븐' 그 눈물 또 흘리라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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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3일 10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기타연주의 정수를 보여준 에릭 클랩튼(61.사진). 그는 "이번 아시아투어에서 최고의 공연이었다"며 대단히 만족해했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이나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 같은 한국인의 애청곡을 노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이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중 하나인 '티어스 인 헤븐'에 대한 미련이 더욱 큰 듯했다.

그러나 많은 이가 알고 있듯 이 노래는 죽은 아들을 위한 진혼가다. 1991년 네 살짜리 늦둥이 아들 코너가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슬픔을 담았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던 그가 다시 삶의 희망을 가질 정도로 끔찍이 사랑했던 아들이었기에 그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말대로 '세상의 끝'으로 밀려난 심정이었다. 아들의 장례식 직후 "아빠, 사랑해요"라고 쓰인 편지가 런던 집에 배달된 사실이 얼마 전 알려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역설적으로 이 슬픈 노래는 그에게 92년 그래미상 석권이라는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줬다.

사람들은 그의 공연 때마다 이 노래를 듣길 원했고, 그는 불러야 했다. 몇 년 전 그는 더 이상 이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처음 이 노래를 불렀을 때의 감정이 더 이상 살아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천국에서 나를 만나면 너는 나를 알아보겠니. (…) 하지만 나는 이곳(천국)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서 강하게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가사처럼 그는 절망을 극복하고 '시대의 거장'으로, 또 새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티어스 인 헤븐'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리라.

클랩튼은 호텔방에서 가족과의 국제통화로 100만원 넘게 썼다고 한다. 음악 외의 모든 시간을 가족(아내와 두 딸)과 함께 보낸다는 그다.

그는 이번에도 10년 전과 다름없는 소탈한 모습을 남기고 떠났다. 주최 측이 마련한 스타크래프트 밴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영어가 통하는 운전기사만 요구했다.

그는 10년 전 이태원과 압구정동을 돌아다니며 노점상 순례를 했다. 이번에 찾은 곳은 도산공원과 백화점. 혼자서 공원을 산책하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지만 청바지 차림에 비니를 눌러쓴 그를 알아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연장에서도 캠코더와 전문가용 카메라만 아니라면 관객의 사진촬영을 막지 말아 달라고 주최 측에 부탁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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