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내 세차시비/이찬호 사회부기자·춘천(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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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파트내에서 세차행위를 한 김모씨(46·개인택시기사)에게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사실이 보도된 16일 춘천시청 환경보호과에는 『잘했다』는 격려전화와 『너무 심했다』는 질책성 전화가 쇄도했다.
이와 함께 일반 주택가에서 세차했을 경우 모두 법에 저촉돼 김씨처럼 50만원을 내야하는지에 대한 문의전화도 잇따랐다.
이같은 반응은 하천에서 세차하다 단속된 경우는 있어도 아파트내 세차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춘천시청이 김씨의 불법세차를 적발한 것은 지난달 15일. 춘천시 환경보호과에 김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주민들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신고가 들어왔다.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김씨는 아파트 4층인 자기집으로부터 고무호스를 연결,차체에 묻어있는 흙등 오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단속반이 사진기를 들이대자 불법세차인줄 알지못했던 김씨부부가 항의,한때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내집앞에서 차좀 닦았기로서니 무슨 죄가 되느냐』고 내세웠다.
김씨는 수질보전환경법 제29조1항3호 「공공수역에서 자동차를 세차하는 행위」금지조항을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씨가 살고있는 온의동 K아파트는 춘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자 수도권상수원인 공지천에서 1백m떨어진 곳으로 세차를 할 경우 오수가 호수로 흘러들게 되며 이는 하천에서 세차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단속원의 설명에 김씨는 값진 경험을 했다며 과태료부과를 수긍했다.
주위에서 휴일이면 버젓이 세차하는 행위가 눈에 많이 띄는 요즈음 김씨의 사례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새겨두어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름휴가철 우리의 산과 바다는 피서객들의 무분별한 세차행위로 또다시 몸살을 앓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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