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이것이 문제다>(1)-10평 안팎 「초미니 단독」즐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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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멘트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균열이 나있고 반평의 주거공간이라도 넓히기 위해 하늘을 막은 베니어판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이리저리 휘어져있다.
폭4m의 도로와 2m의 골목을 사이에 두고 8천6백여 채의 초미니 단독주택들이 처마를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성남시 중동의 주택가모습이다.
방2개, 부엌1개가 전부인 단독주택의 건평은10평 안팎. 단 한평의 마루도 마당도 없다. 동네 어디를 둘러봐도 더위 식힐 나무 그늘도, 어린이 놀이터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동뿐만 아니라 은행동·태평동 등 성남시 대부분지역의 주거환경은 최악의 상태. 화장실조차 없는 무허판자집도 아직 1천여 채가 남아있다.
성남시로 서울지역 철거민이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말. 그로 부터 30년이 지났으나 주거환경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같이 성남시의 주거환경이 열악한 것은 철거민 이주당시 정부가 철거민수용에만 급급, 10∼20평단위로 택지를 분양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낡은 주택을 완전히 철거해 아파트를 신축하지 않는 한 주거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6월말현재 성남시의 인구는 54만명. 시 승격 당시인 73년7월의 17만8천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총 연장도로는 67·4㎞m에서 3백16·5㎞로, 하루 급수량은 1만입방m에서 17만6천 입방m로, 차량은 2백4대에서 3만9천2백7대로, 병·의원은 30개에서 3백12개로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성남은 수도권 중추도시로 부상했다.
그러나 성남사람들 대부분은 「성남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다.
성남YMCA가 지난해시민 6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앞으로 성남에 계속 살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인 3백43명이 「떠났겠다」고 답변했다.
「성남을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응답자의 32·5%인 1백57명이 「주거환경」을 들었다. 나머지 29%는 자녀교육, 22%는 생업, 11·4%는 주택문제 때문에 떠나고 싶다고 답변했다.
성남시민 반 이상이 성남시를 살맛 나는 제2의 고향이기보다 기회만 닿으면 떠나고 싶은 낯선 타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은 주거전용지역에서의 건폐율(대지면적 대 건물바닥면적비율)을 50∼60%로 제한하고있다. 이를 기준 할 경우 대지면적이 최소한 27평은 되어야 방2개·마루·부엌 등 최소의 생활공간을 갖춘 13∼17평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60년대 말 철거민 이주당시 사업주체인 서울시가 성남에서 분양한 대지규모는 이보다 작아 철거민들은 건축법을 위반해 집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73년 이후 성남시는 수차례에 걸쳐 위법건물을 양성화시켰으나 아직도 시내 곳곳에 건축허가는 받았지만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위법건물이 수두룩하다.
위법주택 가옥주들은 준공검사를 받은 주택에 비해 두배 정도나 비싼 수도료와 전기료를 과태료형식으로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융자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으며 이는 집단민원의 대상이 되고있다.
성남시의 주택보급률은 48·6%로 경기도 평균 71%, 수원63%, 안양68%등에 비해 크게 뒤지고있다.
이는 세를 사는 도시영세민이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택지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원대 공대 도시계획과 이우종 교수는 『서울 청계천 등지의 철거민을 수용키 위해 급조된 인공도시인 성남시는 주먹구구식 도시계획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도시계획을 수립, 불량택지지구를 재개발하는 한편 대대적인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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