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아인슈타인은 고민 많은 월급쟁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나는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일하고 있어. 늘 초과 근무를 하고 있지. 동료 과학자들은 내 이론에 흠집을 내려 하거나 연구를 먼저 완성하기 위해 밉살스럽게 행동한다네."

천재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사진)이 젊은 시절 박봉에 시달렸고 연구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하면 자녀 및 이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등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그의 편지를 통해 확인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아인슈타인과 재혼한 사촌 엘사의 딸 마고는 1986년 7월 숨지면서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친구, 친척들과 주고 받은 130통의 편지를 남겼다. 그는 유언을 통해 이 편지들은 20년 뒤에 일반에 공개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캘리포니아공대(칼텍)와 프린스턴대학이 독일어로 된 이 편지들을 영어로 번역해 출간하면서 이같은 사실들이 알려졌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15년 당시 36세의 아인슈타인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임을 털어놨다.

편지에 따르면 그는 별거중인 부인 밀레바 마리치와 함께 스위스에서 살고 있던 두 아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까와 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충분치 못한 수입에 속상해 했고 결국 속병까지 얻었다. 두번째 결혼한 사촌 엘사 로벤탈과의 로맨스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히고 있다.

그는 특히 연구소의 연구 환경은 훌륭했지만 독일 전반을 휘감고 있는 전쟁의 광기에 자신의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심각하게 호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은 별거중인 첫번째 부인과 살고 있던 아들 한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키를 사달라고 했을 때 "돈(70프랑)을 보내주기는 한다만 우리 형편에는 맞지 않는 사치품인 것 같다"고 불평하듯이 적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편지에서는 멀리 떨어져 살면서 만나지 못하고 있는 두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 등 평범한 아버지의 면모도 내비췄다.

타임지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곧 아인슈타인 전기를 발간할 것으로 알려진 월터 아이잭슨은 "1915년 당시의 아인슈타인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다"며 "그 당시(전쟁) 다른 사람들 처럼 아인슈타인 역시 가난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던 것같다"고 평가했다.

이재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