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지속적인 자기확인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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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왜 문학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의 해명을 위한 문학계의 반성과 새로운 도전으로 우리 문학은 바로 서려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는 20세기 세기말현상이기도 한 자아분열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금세기의 또 다른 특징인 「감정지배 시대」로부터 일탈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80년대 우리문학을 뒤돌아볼 때, 90년대에 들어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문학은 시대 혹은 역사에 대응하는 문학으로 일관해왔다. 인간 형성의 주축인 이성과 감성 중에서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에 의해서 시대의 흐름에 대한 반사적 대응으로 일관해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법은 이성에 뿌리를 둔 리얼리즘을 고답적으로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내용은 감정의 지배 속에서 시대 혹은 역사의 큰 물줄기에 휩쓸려왔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단 문학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사회의 파행적 현상, 예컨대 분신자살이라는 생명경시사상도 감정이 지배하는 자아분열의 시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80년대의 우리 문학과 90년대 초엽에 들어선 우리 문학은 훗날 「존재의 문학」에서 벗어난 시대가 써준 문학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를 경고하고 제자리를 찾기 위해 우리문학계는 몸살을 앓는다. 그 한 예가 한국불교문학사연구회가 얼마 전 춘천에서 가졌던 학술발표회다.
「외국문학에 비친 불교」라는 주제로 논의된 이 학술발표회는 우리문학의 정신적 맥락은 불교에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하여 미국·독일·일본·중국의 불교문학과의 횡적 관계, 혹은 그 나라 불교문학의 원형을 살펴본 모임인데 이 학술발표회가 갖는 의미는 자아 분열적 증후를 보이는 우리문학의 정신적 맥을 찾아 우리의 것을 바르게 세우자는데 있을 것이다.
우리 문학이 지탱하고 있는 중심 혹은 골격이 우리의 것인가, 아니면 남의 것인가를 해명해내고, 그것이 우리의 것이라 할 때 그것들을 하나 하나 축적해 나가자고 하는 의도에서 모색된 학술발표회로 보인다. 정신적인 지도자가 없고 이에 따라 가치가 진공화 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요청과 이 모임은 결코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현대문학』 7월호에는 정담으로「우리 문학의 현 단계와 전망」을 다루고있어 눈길을 끈다. 이 시지 정담은 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진단하고, 이에 따라 우리 문학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겠다는 자리인데 여기서 우리는 문학의 상식론을 결론으로 재확인하게 된다. 요컨대 작가는 어느 하나의 사조에 뇌화 부동하지 않고 자기 삶의 진실을 자신의 언어로 정확하게 기록할 때 그 존재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문학적 상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일 뿐이다」는 자기확인의 문학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모색되고 바로 세워질 때 「왜 한국문학인가?」하는 존재론적 의혹은 해명될 것으로 믿는다. 【유한근<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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