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가 귀찮은 수사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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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대양사건을 수사중인 충남도경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면 경찰이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도경간부들의 대부분은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사건,길게 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듯 수사진행상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한 간부는 『4년전에 이미 결판난 사건을 신문이 쓸데없이 흥분,확대시키고 있다』며 언론에 화풀이(?)하기도 한다.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채천득 강력과장의 12일 수사과정 발표 기자회견은 마치 자수한 범인들의 대변인이 하는 회견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범인들이 자수동기를 번복했는데….
『범죄피의자의 심리상 그럴 수도 있습니다. 불안할 것 아닙니까.』
­오대양총무과장 노순호의 살해날짜도 첫진술과 다르지 않습니까.
『4년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사체가 암매장된 무밭소유주는 누굽니까.
『기자 여러분이 궁금해 하니 당장 확인해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죠.』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경찰은 자수한 범인들과 오대양사건의 연관관계를 캐기위해 특별수사반을 편성했다고 발표했으나 13일까지 도경산하 어느 누구도 자신이 특별수사반에 편성됐는지 여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오대양사건당시 현장에서 근무,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는 김영자씨(45·여)등 2명을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채 돌려 보냈으며 숨진 오대양 총무과장 노순호씨의 부인 박명자씨(36)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대상에조차 올려놓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소재확인에 나서는등 법석을 떨기도 했다.
경찰청독립을 목전에 둔 우리경찰이 「큰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솜씨가 결국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별취재반=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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