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쇼 "싱가포르선 안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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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싱가포르가 금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입한 프랑스식 성인 카바레 극장 '크레이지 호스'가 개업 1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극장은 손님이 절반도 차지 않아 적자가 쌓이자 31일 저녁 쇼를 마지막으로 폐장하기로 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1951년 파리에서 시작된 크레이지 호스 쇼는 팔등신 미녀들이 반나체로 환상적인 조명 속에서 춤을 추는 '누드 예술 쇼'이다.

싱가포르는 관광산업 활성화와 자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2005년 12월 이 쇼를 들여왔다. 엄격한 규제 때문에 통제사회로 인식돼 있는 싱가포르가 '따분한 나라' 또는 '도덕국가'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선택한 조치였다. 극장 개관식에 리셴룽 총리가 참석했을 정도로 정부의 지원과 기대는 컸다.

극장 측은 폐업하게 된 이유를 정부의 광고 규제로 인한 홍보 부족으로 돌렸다. 극장 관계자는 "공항과 버스.택시 정류장 등 옥외광고는 금지됐고 언론광고도 규제가 많아 극장의 존재 자체를 알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관람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등 지원했으나 손님을 끌지는 못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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