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택 보급률″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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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에서도 주택보급률이 떨어지고 있어 사회· 경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0년에 실시한 센서스결과 미국의 주택보급률이 10년 전인 80년 64·4%에 비해 0·2% 떨어진 64·2%로 나타났다.
미국은 10년 간격으로 인구센서스를 실시하고 있다.
10년간의 주택보급률 저하가 0·2%에 불과하나 1930년 대공황이후 줄곧 상승하던 보급률이 처음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됐다고 해 미국에서는 요즘 이 현상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이 동시에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주택보급률이 낮아진데는 미국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원인이 있다.
지난 80년 이후 10년 동안 인플레를 제외하고 순수한 미국주택가격 상승률은 5%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일반근로자의 실질임금소득은 70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은 집을 갖기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전국을 통틀어 평균 집값은 7만9천1백달러(약5천8백만원)로 약6천만명이 내 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집값 상승 때문에 부부가 3년을 같이 벌어도 집을 아직 갖지 못했다는 것이 무주택자들의 불평이다. 그러나 내 집을 갖기 위해 30년을 벌어야하는 한국에 비하면 아직도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보급률이 떨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의 가족형태가 변화한데 기인한다.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되는 미국전통의 핵가족이 점차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신생활자· 이혼자· 동성연애자등이 늘어나 주택이 필요한 계층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집을 가진 사람의 60%가 결혼한 사람이었는데 이것이 55%로 떨어졌고 대신 독신·동거자·동성연애자 등은 27%에서 30%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주택보급률이 줄어든데 따른 경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도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됐다는 하나의 지표로 인정되고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기 집을 가짐으로써 중산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주택은 미국에서도 역시 재산목록 1호인만큼 이것이 가계의 기초가 된다.
주택을 담보로 융자를 받아 자녀들의 대학교육을 시키거나 노후 생활자금의 기반이 된다.
실제로 집을 가진 흑인가정과 무주택 흑인가정을 비교한 결과 집을 가진 쪽은 자녀들을 백인과 동등하게 교육을 시키고 있었으나 없는 쪽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을 가진 흑인은 이를 담보로 융자받아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 자녀들도 중산층화시키고 있으나 없는 쪽은 교육을 시키지 못해 역시 빈곤계층으로 남게 만든다는 것이다.
집이 없는 경우 잦은 이사로 말미암아 미국생활의 기초가 되는 지역사회활동에 소외되거나 참여를 기피하게 돼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철저한 지방자치가 실시되는 미국에서 자기 고장을 잃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문제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는 투표행태에도 영향을 미쳐 종국에는 미국의 지방자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서울 등 도시의 경우 높은 사회적 이동성 때문에 지방자치의 본래취지가 약화된다는 점을 유의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주택이라는 과거의 잣대를 갖고 미국을, 분석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과거와는 달리 미국도 사회적 이동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직업이 다양화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이동성이 높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활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평범한 미국인들은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아메리카의 꿈」을 추구해왔으나 이 꿈이 과거와는 달리 성취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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