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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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무당,마당 기운탓 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요즘 전력난 얘기가 나오면서 당국은 모든 탓을 전력소비자에게만 돌리고 있다.
한 여름에 냉방용 전기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한겨울에 연탄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게다가 전력소비자는 전기를 공짜로 얻어 쓰는 것도 아니다. 꼬박 꼬박 내라는 돈을 다 내고 사쓴다. 언필칭 산업사회라면서 전기사용을 무슨 사회악인듯이 구박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소비는 지난 89년 통계치로 1천9백44㎾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이지만 미국의 5분의 1,일본,영국,프랑스의 6천∼7천㎾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가전제품은 산업사회의 필수적인 생활 용품이다. 요즘 냉장고나 TV는 없는 집이 없다. 전화기도 무선전화기가 등장하면서 비록 적은 양이지만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전기다리미도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가정용 에어컨도 지난해까지 모두 1백60만대가 보급되었다. 10가구당 두대꼴씩 보급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현상은 개탄하기보다는 대견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국민소득이 늘면 편리를 지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각종 가전제품은 늘면 늘지,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증가율은 지난 3년간 평균 13.7%를 기록했다.
그러나 발전소 설비는 지난 3년동안 늘어난 것이 하나도 없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너무도 자명하다. 에너지 당국은 발등만 내려다 보고,한치앞을 내다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생각같아서는 원자력발전소라도 후딱 세웠으면 좋겠는데 돈과 시간의 문제가 쉽지 않다. 90만㎾짜리 원자력발전소 하나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1조5천만원이나 된다. 그것도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고 적어도 6∼7년이 걸린다.
그렇다고 우리는 지금 무능한 에너지 당국을 탓하고 있을 시간도 없게 되었다. 지금 당장 할 일은 절전밖에 없다. 우선 서울 강남의 불야성을 이룬 네온사인은 꺼버려도 된다. 그리고 국민이 참고 견디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전기가 모자라 공장의 일손이 쉬는 경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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