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는 경찰발목 잡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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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8월1일 발족하는 경찰청에 대한 내무부장관의 경찰청 감독권 한계를 둘러싸고 내무부와 경찰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어 경찰청 발족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난 4월 국회에서 파행적으로 통과된 경찰법은 국민의 여망이던 민주화를 외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강하지 못하고 있어 대다수 국민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는커녕, 과거정치권력의 유지수단으로 악용돼온 반민주적 폐습을 답습하려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부 편의대로 경찰을 장악하려고 하니 순수 민생치안의 기대는 강 건너 간 것이 아닌지 실망 스럽다.
그것은 최근 내무부령으로 초안된「내무부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에 관한 규칙」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 안의 내용은 경찰청 발족 후에도 현재대로 대통령-내무부장관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을 통해 경찰을 조종·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해 경찰의 홀로 서기는 조직의 특성상「거대한 공룡」이 될 수 있어 거대한 힘을 미리 쓰지 못하도록 막자는데 있다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발상이다.
그 동안 경찰기구의 독립과점치적 중립을 외쳐온 것은 과거「행정부의 시녀」「정권안보의 사병」관에서 벗어나 경찰본연의 임무에 충실을 기하는데 있지 않았던가. 다시 말해 내무부장관의 지나친 통제와 예속에서 탈피, 정치적 중립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은 채 경찰법은 통과됐고 이제 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방향에서 경찰청이 발족돼야 한다.
내무부가 경찰의「힘」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초안한 지휘감독규칙은 지나친 기우가 초래한 옥상옥의 규칙으로 어쩌면 영역싸움의 결과라는 오해를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경찰의 권력유지 수단화를 막고 경찰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 보여주고 있는 힘의 싸움과 영역싸움에서 하루 빨리 탈피, 경찰의 홀로 서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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