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스트 사무라이' 주연 톰 크루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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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시블’의 최첨단 스파이 톰 크루즈가 이번에는 장검을 휘두르는 ‘사무라이’로 변신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41)는 지난 20일 일본 도쿄의 록 뽄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배우들과 1년넘게 호흡을 맞추면서 진정한 사무라이의 정신이 뭔지를 깨닫게 됐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1870년대 일본 메이지(明治)시대를 배경으로 대포와 총으로 무장한 천황군과 칼 하나로 맞서는 사무라이들의 마지막 전쟁을 그린 영화다. 사실(史實)과는 약간 다르다. 남북전쟁에 대위로 참전했던 톰 크루즈는 천황군을 조련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검술과 무사정신에 매료돼 결국에는 사무라이의 편에 서 천황군과 싸우는 네이든 알그렌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일본.미국에서는 12월 5일, 한국에서는 내년 1월 9일 개봉될 예정인데 일본문화에 대한 호감이 지나치게 배어 있어 국내에서의 흥행실적이 관심거리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다른 문화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 이곳저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다 무지의 결과다. 어느 한 나라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면 이는 인종차별로 이어지고 고립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게 전쟁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어드벤처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저변에는 이국의 문화를 보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시사하고 있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이른바 사무라이의 무사도(武士道)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나.

"진정한 무사도란 의리와 충성, 그리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란 걸 느꼈다. 또 용기라는 것은 단지 무모한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배우며 익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무사도의 근본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은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의 남북전쟁, 그리고 일본의 메이지 시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도 됐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느낀 점은 '역사란 반복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나라라도 문화적 이해가 이뤄지면 전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일본의 문화적 수준에 경이를 보내고 싶다."

-영화 중에 일본 사무라이들이 입던 갑옷을 입고 전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힘들지 않았나.

"맨 처음 갑옷을 입었을 때는 허리도 굽히지 못했다(웃음). 그래서 갑옷의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 12kg이나 체중을 불렸다.몸의 중심을 하체로 모으는 훈련을 1년 내내 했다. 엉덩이를 낮추고 발을 모으고 허리를 세우는 훈련을 온종일 했다. 뉴질랜드에서 전투 장면을 활영할 때는 하루에 갑옷을 10~12시간 입고 있었다. 또 촬영이 없을 때도 계속 갑옷을 입고 근력강화 운동을 했다. 같이 출연한 가쓰모토 역의 와타나베 켄이나 우조 역의 사나다 히로유키는 검술의 달인인 만큼 내 자신은 물론 다른 배우들에게 부상을 입히면 안된다는 생각에 갑옷을 입고 전투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벌떡 일어나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와타나베와 맨손으로 검술 장면을 선보여 박수와 폭소가 쏟아짐)

-이번 영화를 위해 사무라이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사무라이뿐 아니라 메이지 유신이나 미국의 남북전쟁, 그리고 인디언의 역사 등에 대해서도 두루 읽었다. 특히 마지막 무사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1827~1877)의 일대기를 그린 이반 모리스의 저서 '고귀한 실패'와 니도베 이나죠(新渡戶稻造)의 '무사도'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 나름대로 당시의 그림을 구성할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사무라이하면 검을 들고 싸우는 무서운 사람들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내린 결론은 사무라이는 아티스트이자 철학자라는 것이다. 그들을 배우면 배울수록 일본 문화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영화 앞 부분에 나오는 하세가와 장군의 할복 장면이다. 당시 난 촬영 현장에는 없었는데 나중에 찍은 것을 보고 마치 내가 바로 옆에서 보는 것 같은 생생하고 파워풀한 느낌을 가졌다. 세상은 변해도 시대를 꿰뚫는 무사도 정신의 압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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