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열린우리당 조직책, 지역구 곳곳서 경쟁 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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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식구였다가 분당 후 제 갈길을 가고 있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어제의 동지'가 내년 총선의 경쟁자로 둔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절친했던 학교 선후배끼리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관악을.중구.강서갑.구로을 등이 대표 지역이다.

관악을은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 조직책에 임명되면서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과 각을 세우게 됐다. 지난 대선 당시 李의원은 중앙선대위 기획본부장을, 柳대변인은 방송특보를 맡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함께 했다. 중구에선 민주당 대표를 지낸 열린우리당의 정대철 의원에 맞서 구청장 3선인 김동일 구청장이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두 사람은 민주당 시절 서로의 선거를 지원하며 사이좋은 지구당위원장과 지방자치단체장 관계였다. 강서갑은 현역의원끼리 대결하게 됐다. 민주당 전국구인 조재환 의원이 조직책으로 임명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과 대결하게 됐다.

구로을도 기구하다. 김한길 전 의원(열린우리당)과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민주당)의 대진표가 짜여졌다. 두 사람은 DJ정부 때 金전의원이 문화부장관을, 李전장관은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을 맡아 청와대와 내각에서 함께 일한 인연도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의 경기도 안산단원구에는 민주당 민영삼 부대변인이 조직책을 신청했다. 정대철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閔부대변인은 千의원의 목포고 5년 후배다. 閔부대변인은 "당이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남에선 김원기 열린우리당 공동의장과 윤철상 의원이 지난 15대 총선에 이어 다시 한번 맞붙게 된 정읍을 필두로 순천(김경재 의원-서갑원 청와대비서관), 여수(김충조 의원-이평수 열린우리당 공보실장) 등 운명의 대결을 펼칠 곳이 속속 늘고 있다. 이 바람에 정치권 주변에선 특정인의 낙선을 겨냥한 표적공천의 결과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한곳 한곳 인재를 찾다 보니 결과가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조직책 선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상대 후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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