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바다의 편지' 발표…9년 만에 단편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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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편소설 '화두' 이후 침묵했던 소설가 최인훈(67)씨가 9년 만에 신작 단편 '바다의 편지'를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를 통해 발표한다. 최씨가 단편을 발표하기는 1984년 '달과 소년병' 이후 19년 만이다.

소설은 일인승 잠수정을 타고 공작 임무에 나서지만 정찰해야 할 해안 앞바다에서 공격받은 후 모선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사한 젊은 수병이 독백하는 형식을 취했다.

수병이 남한의 병사인지 북한의 병사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눈자위를 물고기들이 넘나들고 몸통과 팔다리가 백골이 된 수병은 자신이 죽던 날의 기억을 더듬고, 그나마 좁은 한반도의 연해를 휴전선이 갈라놓는 현실에 의아해한다.

또 62년에 발표한 중편 '구운몽'에 실었던 자작시 '해전(海戰)'을 삽입했다.

'해전'은 원인도 알지 못하는 전쟁에 동원돼 수장된 병사들의 혼령이 어항에 담긴 붕어로 변해 도시로 돌아와 죽음의 안타까움과 어처구니없음을 말하는 내용이다.

'황해문화' 주간을 맡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는 "'바다의 편지'가 '해전'의 수병이 못다한 말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백골 수병이 어머니에게 작별을 고하고 의식이 흐려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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