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IMF체제' 아래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식시장도 엉망이었다.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촉발된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위기 여파는 국내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외환당국은 하루하루 국가 부도 위기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강경식 부총리가 이끌던 당시 경제팀은 "한국 경제는 기초가 튼튼하다"는 설명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11월로 접어들면서 세계는 한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고, 11월 10일 환율은 달러당 1천원을 넘어섰다. 외환보유액은 무섭게 줄어들어 11월 말에는 72억6천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11월 18일 경제팀이 바뀐다. 새로이 임명된 임창열 부총리는 오늘(11월 21일)밤,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본격적인 IMF체재하에 들어간 한국경제는 악몽 그 자체였다. 수많은 기업들의 도산과 해체가 이어졌고, 헤아릴 수 없는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도로만은 감당해 낼 수 없는 불황의 늪에서 중산층이 붕괴되고, 가정이 무너졌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 국민은 함께였다. 정치권과 재계와 정부가 내 몫 챙기기와 책임 전가에 급급했던 그때, 우리는 장롱 속 숨겨둔 금을 모으고, 가난한 이웃과 아픔을 같이 했고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2001년 8월 마침내 IMF에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며 '외환위기'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났다.

제2의 경제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만큼 불황에 허덕이고 환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요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지혜가 정부·노사·국민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