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 사망, 운전사 졸음운전 탓"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 사망한 북한 김용순(金容淳)대남비서의 사인(死因)이 운전사의 졸음운전 때문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고위 당국자를 지난 1일 만난 일본 도쿄(東京)의 소식통은 17일 "金비서는 지난 6월 16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와 이어 벌어진 만찬에 참석한 후 밤 늦게 귀가하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金비서의 사인은 사고당일 金위원장이 주재한 비밀파티에 운전사 없이 참석한 뒤 만취상태로 운전하면서 귀가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金비서가 사고를 당한 장소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소식통은 "金비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에 포도주 한 잔 정도 마시는 金위원장과 동석했기 때문에 사고 당일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북한 당국자가 귀띔해 주었다"고 金비서의 음주운전설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金비서는 사망하기 전까지 식물인간처럼 병상에 누워 있었으며 운전사는 현장에서 숨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金비서는 3일장으로 치러졌으며 평양시 형제산구역 신미리에 있는 애국열사릉에 묻혔다"고 말했다. 애국열사릉은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관리나 남한에서 올라간 일부 인사 등 6백여명이 묻혀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국립묘지다.

金비서의 사망 이후 북한은 후임 대남비서의 인선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남비서는 통일전선부장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자리로, 남북 관계에서 북한의 입장을 결정하는 핵심자리다.

현재 통일전선부는 임동옥(林東玉)제1부부장이 부장 직무대리를, 아태평화위는 이종혁(李種革)부위원장이 위원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소식통은 최근 " 林제1부부장은 그동안 남북 회담의 막후에서 활약한 실세지만 건강 문제가 있고, 李부위원장은 대남관계를 비롯한 공식적 대외활동 경험은 많으나 노동당 내 위상이 다소 떨어져 북한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국내 기업인도 "북한 아태평화위 관계자가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당분간 대남비서 자리는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수석 기자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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