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전쟁 때 집단강간·살인에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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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내가 속한 부대의 군인들이 중국 여성을 집단 강간한 후에 헌병대에 들키지 않으려고 살해했다. 나도 집단 강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옛 일본군 사병 출신 일본인 남성(83)이 17일 도쿄(東京)고등법원에서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에서 저지른 잔학행위를 생생히 증언해 충격을 줬다고 도쿄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일본군 출신이 스스로 만행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이날 재판은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종군위안부로 강제동원됐던 중국인 여성 4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9천2백만엔의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이었다. 미에(三重)현에 사는 이 남성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1940년 12월 독립혼성 4여단 13대대 소속으로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주둔했던 이 남성은 "41년 중국군 토벌 때는 갓난아기를 안고 있던 여성을 여러 병사가 집단 강간한 데 이어 행군하던 중 한 병사가 그 갓난아기를 벼랑으로 던지자 여성이 아이를 따라 몸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또 "일본군이 중국군 토벌에 나설 때마다 민가의 금품을 털었고, 5~6차례 집단 강간 장면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남성도 43년 집단 강간에 가담했다. 그는 "고참병부터 순서대로 6~7명이 30세 전후의 여성을 강간했는데,'네 순서야'라는 말에 나도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전쟁터에 2~4년 있으면 인간성이 없어진다. 지금은 잘못했다는 생각뿐이다.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한편 도쿄지방법원은 2001년 중국인들의 청구에 대해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국제관습법은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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