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회장 발표 결의문] 국민주공모를 결의하며

중앙일보

입력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공모를 결의하면서>

-선진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현대그룹

최근 현대그룹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리며, 그동안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갑작스런 故 정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슬픔과 애도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저를 비롯한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지난 4개월 간 큰 혼란과 너무나 외롭고 힘든 일들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현대그룹이 타 그룹에 편입되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1947년 현대토건사로 시작해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국가기반사업의 모태가 되었고, 한국경제의 근대화를 이끌며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던 대한민국 대표그룹이 한국경제사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게 되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발전해온 현대그룹은 국민의 신뢰를 자산으로 세계 방방곡곡에서 온갖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며 임무를 수행해온 임직원들, 그리고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진 것임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현대그룹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게 한다는 것은, 현대그룹을 이미 국민의 기업으로 아껴온 국민의 사랑과 현대그룹에 몸담고 일해 온 수백만명 근로자의 명예와 자부심을 무의미하게 던져 버리는 너무도 안타까운 사건이기에, 국민 여러분들이'현대그룹 살리기'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진심어린 충정으로 호소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현대그룹의 창업주이신 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그 맥을 같이한 한국경제발전사의 큰 거목이었습니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살아생전,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면서 2000년 5월 과감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대그룹 내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미 출범시킨바 있고, 그 성과가 이제 본격적으로 가시화 되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로 하여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업다각화, ▲계열사 경영활성화를 통해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그룹재도약의 발판을 삼고자 다음 사항을 밝히고자 합니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늘(17일) 오후 동숭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갖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로 우량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제 현대그룹은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국민주를 발행해 많은 국민들이, 재무구조가 견실한 우량기업이며 또한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대주주의 전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선진 국민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것입니다.

진정으로 한국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은 기업이 투명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현대그룹을 감시하고 채찍질 해주는 동반자가 되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기존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과감한 체질 개선을 시도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이번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발행을 통해 현대그룹이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춰 국가 신인도를 높이고 국내외 모든 주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선진 국민기업으로 변신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에 저는 전문 경영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냄으로써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를 소신있게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한편,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오늘날 경제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저희 현대그룹도 이런 새로운 경제환경에 발맞춰 그 변화의 물결을 적극 주도해 나갈 새로운 사업분야로의 진출을 준비해야할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현대그룹이 21세기 대한민국 경제를 주도할 대표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것이 이번 공모주 모집을 하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취지입니다.

또한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는 높은 미래사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에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미래성장은 물론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이번 공모주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밖에도 故 정주영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민족경제의 공동번영을 위해 우리민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금강산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 등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발행의 참뜻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저희 현대그룹이 새로운 현대, 국민의 현대, 민족기업 현대로 거듭 재도약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11월 17일

현대그룹회장 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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