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안보협, 용산기지 이전 합의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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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길(曺永吉)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7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제3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고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 등 한.미 간 현안을 협의했다.

曺장관은 회의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3천명 수준의 재건부대 중심 파병안을 미측에 전달했고, 럼즈펠드 장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오후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盧대통령의 파병 결정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추가 파병을 결정한 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그러나 파병과 관련해 각국에서 어떻게 하느냐는 그 나라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파병안을 수용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이라크 전쟁이나 대테러전 같은 중요한 일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할 일은 한국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답변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3천명 파병 방침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측이 최근 외교경로를 통해 사의를 표시해 왔다. 이는 盧대통령의 '3천명 파병안' 결정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따라서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럼즈펠드 장관은 우리 정부의 3천명 추가 파병안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측은 용산기지 잔류부대 부지로 28만평을 한국 측이 제공하지 않으면 유엔사령부(UNC)와 한미연합사령부(CFC)를 오산.평택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거듭 제시, 17만여평을 고수한 한국 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번 SCM에서 용산 기지 이전문제에 합의하지 못한 데 대해 극히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06년까지 오산.평택으로 이전키로 했던 용산기지 이전 추진 일정이 다소 불확실해졌다.

이철희 기자<chle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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