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잼버리대회|홍보부족 열기 반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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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계최대의 청소년축제가 벌어질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일대 세계잼버리대회장이 대회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마무리 단장에 피치를 올리고있다.
바윗돌과 억새풀만이 무성했던 이곳은 잔디가 깔린 초지로 개간돼 62만여 평의 웅장한 야영장으로 탈바꿈했다.
처음 잼버리대회장으로 조성될 때만해도 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산림훼손 등이 우려된다고 해 물의를 빚기도 한 신평벌.
이 지역은 설악산국립공원밖에 있는데다 돌풍이 심해수목도 자라기 힘든 버려진 황무지였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제대로 된 공장 하나 없이 오로지 관광으로 먹고사는 속초·고성주민들은 황무지를 청소년수련장으로 개발한 것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신평리일대 잼버리장 주변에는 각종 콘도가 들어서 언젠가는 이곳도 개발을 기다리던 곳이었다.
잼버리장이 들어선 지역에는 자갈밭이 개발되는 바람에 들쥐·뱀 등 서식동물이 주변 숲 속으로 사라지는 등 생태계의 변화가 있었으나 속초·고성주민들은 못쓰는 땅이 청소년 야영장으로 변모한데 대해 거부반응보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굳이 자연훼손을 꼽으라면 자갈·바윗돌 투성이의 이곳을 야영장으로 일구기 의해1만5천여 평의 성토용 야산허리를 갈라내고, 대회장으로 가는 진입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등성이를 파헤친 것이다.
당초 따가운 시선 속에 조성된 이 잼버리 장에는 3개의 야영장을 비롯, 운영본부·프레스센터·병원·은행·식량보급소가 들어설 가설 물이 설치됐으며 각국의 청소년들이 즐길 모험시설,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오토바이 코스 등 각종 놀이시설이 이미 조성됐다.
그리고 야영지와 집회장·도로주변에는 해송·갓 나무 등 18종 1만3천여 그루가 새로 심어졌다.
대회장을 조성하는데 만 3년, 투자액만도 6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 잼버리대회 장에는 1백20여 개국에서 2만여 명의 청소년이 오는 18일부터 몰려들기 시작해 청소년지도자·학부모까지 합쳐 대회기간 중에는5만여 명이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강원도는 제17회 세계잼버리대회(8월8∼16일)가「관광 강원」을 세계에 알리고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믿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5년7월 잼버리 대회를 유치한 후 89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한 강원도는 각 지역의 도로개설 및 확·포장공사, 교량신설에 무려 l천여억 원을 쏟아 부었다.
강원도는 세계각국의「어린 귀빈」을 맞기 위해 서울에서 속초에 이르는 주요도로 및 주변·시가지를 말끔히 단장해왔다.
대회장과 가까운 속초·고성군은 물론 홍천·양양·인제·원통·춘천 등 강원지역 전체가 세계적인 청소년 축제를 앞두고 설레고 있는 것이다.
춘천·속초 등지에서는 잼버리대회성공전진대회를 비롯, 마라톤대회·전람회·연극제 등 각종 행사를 잇따라 개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잼버리 수송단이 통과하는 강원지역 주요도시입구, 시가지·교량에는 1천2백여 개의 각종 현수막과 아치·꽃 탑이 등장, 축제분위기가 절정을 치닫고 있다.
그리고 1천9백여 개 강원지역 식품접객업소에서는 젓가락·성냥갑까지『잼버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자』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고「청결·질서·친절」등 손님맞이 3대 생활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22일 부인과 함께 잼버리대회장을 찾은 김진천씨(43·상업·속초시 노학동)는『올림픽 못지 않은 커다란 행사를 우리 고장에서 치르게 돼 가슴 벅차다』면서『낙후된 강원도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크게 발전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3년 동안 잼버리준비를 위해 이곳에 파묻혀 지내온 배규섭 잼버리지원단장도『이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천막 치는 일만 남아있다』며『성공적인 잼버리대회를 위해 전 도민이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나「청소년올림픽」이라는 대축제를 맞아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강원도와 달리 다른 시·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이번 대회에 냉담, 자칫하다가는 국민적 무관심 속에 치러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잼버리 대회의 분위기를 주도할 서울에서는 지난 1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주요도로변과 교량 등에 현수막·잼버리휘장이 등장했으나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지는 못하고있다.
이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이번 잼버리대회가「강원도축제」라는 지역대회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춘천의 한 시민은『그 동안 보이스카우트연맹 등 주관기관이 현장에만 매달려 국민에게 알리는 홍보를 게을리 한데다 중앙정부에서마저 무관심으로 일관, 국민적 열기가 전혀 고조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잼버리대회가 어디 강원도만의 축제냐』고 반문했다.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잼버리대회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전국적인 붐 조성이 크게 미흡하자 조급해진 정부·강원도·보이스카우트연맹이 뒤늦게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잼버리노래를 전국에 보급하는가 하면 대한뉴스를 통해 대회의미를 알리고 반상회를 열어 전국민의 협조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교수·학생·사회단체를 초청하고 있으며 노인회·부녀회·통소장 등 전국 각계각층의 자율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 청소년 중5천5백 명을 대상으로 민박을 시킬 계획아래 4천 곳의 민박가정을 선정키로 했었으나 희망가정이 적어 2천2백 명으로 대폭 줄이는 등 손님접대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참가자들은 우리나라 고유전통을 배우기 위해 민박을 원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홍보부족으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4일 알려졌다.
한편 이외에 앞으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외해 남은 것은 교통문제.
동쪽 최북단 오지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휴가철과 겹쳐 교통혼잡이 크게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잼버리준비단과 강원도는 원활한 대회 수송대책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성=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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