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저택 속 "영어&중국어" 유치원, 메이홈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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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최고 부촌이라는 성북동 안에는 아주 특별한 유치원이 숨어 있었다. 주변의 명문가 아이도 다니고, 원비도 꽤 비싸다니 일반 사람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거라 생각되지만, 알면 알수록 내 아이 한 번 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곳. 요즘 엄마들 너도나도 열광하는 영어 유치원 열풍 속에 기존 영어 유치원과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교육을 시키는 영어& 중국어 유치원 ‘메이홈(Mei Home)’에 다녀왔다.

영어 유치원이지만 언어보다는 인성 교육이 우선이다

메이홈에 대한 얘기를 들을수록 학교와 비교하자면 마치 ‘대안학교’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로 생활을 하는 곳. 아이들의 감성을 중요시하는 인성 교육이 제일이고 그 다음에 챙길 것이 건강과 언어라는 교육관. 수업을 하다가도 바람결이 좋으면 마당의 정자로 나가 산책을 하고 뛰어놀기도 하는, ‘생태학습’이 절로 되는 환경. 학부모의 입장에서 영어와 중국어 교육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아이의 감성을 중요시한다는 원장님의 마인드였다.

유치원 교사들로서는 이곳 메이홈이 “내가 배운 것을 다 펼칠 수 있는 곳”이란다. 아이들 컨트롤하다 보면 하루가 저무는 일반 유치원에 비해 아이들 수가 적으니 학교에서 배운 교육 과정, 내가 하고자 했던 교육 이론을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의 점심 식사는 한국식으로 밥과 국, 반찬이 제공된다. 모든 음식은 매일 아침 유기농 업체에서 재료를 공급받아 조리사가 직접 유치원 부엌에서 조리한다. 점심 식사 시간에도 선생님들은 아직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들의 식사를 돕는다.

한국 아이, 외국 아이들이 뒤섞인 환경에서 다분히 한국적인 교육을 실현한다

이미 우리말이 아닌 ‘다른 언어’라는 인지를 하기 시작한 후에 외국어 교육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일찍 교육을 시작했을 때 보다 자연스럽게 언어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게 원장님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유치원에 다니기엔 조금 어리다싶은 아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또 유독 외국인 어린이들이 많은 것은 넓은 공간에서 적은 수의 어린이들이 생활한다는 환경적인 영향도 크지만, 선생님들의 보살핌이 각별해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또 언어를 학문으로 접하지 않고 다분히 생활과 연계해 익히고 있으니 외국의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한국 아이들과 섞여 유치원 생활에 젖어들 수 있단다.

원장님의 설명대로 이곳은 언어만 영어, 중국어 교육을 할 뿐 다분히 한국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동할 수 있는 공간도 없이 의자와 책상이 빽빽한 곳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곳이 아니라 방에서 좌식으로 빙 둘러앉아 자유롭게 생활을 하는 모습은 영어에 얽매여 있는 ‘학원식’ 영어 유치원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매일 아침 유기농 업체에서 공급받은 재료로 조리사가 부엌에서 직접 만드는 음식이 외국 아이들이나 한국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제공됐는데 그 역시 밥과 국과 반찬이 나오는 한국 음식. 집집마다 돌아가며 열어주는 서양식 생일 파티 같은 이벤트가 없는 것도 메이홈의 특징이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아이가 서양의 문화를 동경하고 그런 생활에 젖어드는 게 걱정이었던 엄마들, 인성과 창의성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엄마들에게 메이홈은 좋은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실에서 진행되는 7세반의 유리드믹스 음악 시간. 음악 교육이지만 신체 학습과 미술 학습 등을 병행하며 즐겁게 놀이 교육을 시키는 것이 특징. 7세반 정원은 총 6명이었으나 3명의 아이는 가을 학기부터 외국인 학교에 입학, 지금은 3명의 아이들만이 수업을 하고 있다.

1.미술 수업 시간. 미술 수업은 한국말로 진행하는 게 원칙이다. 그림과 색을 표현하는 미술 언어는 영어보다 우리말의 표현 영역이 훨씬 다양해 영어로 진행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미술 수업도 단순히 만들고 그리는 수준이 아닌 동화 속 장면을 상상해서 그리거나 하는 방법으로 ‘창의성 교육’과 병행한다.

2.영어, 중국어로 동시 생활을 하는 곳답게 곳곳에 영어, 중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영어와 중국어가 튀어나왔다.

3.유기농 업체 해가온에서 매일 아침 식재료를 공급받고 있다는 내용의 푯말이 부엌 옆 책장 위에 놓여 있다.

4.높은 계단이 아니어도 어린 아이들의 이동에는 선생님이 늘 함께한다. 아이들 수가 적어도 세심한 케어가 일상화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성중앙 안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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