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미디어산업선진화포럼’이 22일 창립대회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서정우 회장은 ‘미디어 산업의 왜곡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신문법과 방송통신융합 기구 구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디어 시장 개방 논의에서 IPTV (인터넷TV)도입에 따른 논란까지 최근 미디어 업계는 격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신문법의 경우 "특정 언론을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방.통융합기구 구성은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IPTV와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등 발전하는 기술을 따르지 못하는 미디어 정책은 국가의 성장동력인 미디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업계와 학계가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과 올바른 정책 제안을 하겠다고 나섰다. "미디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데 전문가들이 소극적이었다"는 반성의 의미도 있다.

◆"반시장.비민주적 미디어정책"=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미디어산업선진화포럼'(회장 서정우 언론인연합회장.연세대 명예교수)의 창립대회에는 포럼 회원과 관계자 등 350여 명이 모였다.

이철영(홍익대 교수)사무총장은 창립 취지문에서 "우리 미디어 기술과 콘텐트는 글로벌 리더 수준이지만 비민주적 산업정책과 비효율적 운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기대되는 미디어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수년간 반시장적 규제와 사회정치적 대립.혼돈 속에 경제 침체까지 겹쳐 대부분의 언론사와 미디어 관련 업체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럼은 지상파 방송.케이블.위성을 비롯, 출판까지 9개 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미디어 산업은 자유를 먹고 사는데 관련 정책이 자유를 억압하고 자율을 구속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산업이 왜곡되고 흔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포럼을 꾸렸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서구 신문,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특히 포럼은 미디어 선진화를 막는 걸림돌의 하나로 신문시장에 대한 규제에 주목했다. 포럼은 '미디어산업 동향과 선진화 이슈'자료집에서 "신문.방송의 겸영은 세계적 추세"라며 "서구 유력 신문들도 방송부터 인터넷까지 섭렵하는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세계적 트렌드인 매체 융합과 미디어 콘텐트 서비스의 다양화는 인정하면서 유독 신문만 방송 겸영을 금지하는 것은 특정 신문을 정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을 야기한다"고도 지적했다.

개정을 앞둔 신문법에 대해서도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경제'뉴스 매체가 신문임에도 신문을 자유로운 언론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과 여론에 대한 국가권력의 간섭을 체계화하는 것" "특정 성향의 신문에 한정된 재정 지원은 명백한 차별행위"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미디어의 대선 감시.비판 중요"=포럼은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진 미디어 정책을 정비하기 위해 이번 대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창립 취지문에서 "대선을 치르는 2007년은 미디어의 감시.비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로서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영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서 회장은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미디어 산업의 육성에 호의적인 철학과 시대정신을 가진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포럼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한.미 FTA의 미디어 시장 개방 이슈 ▶공급자 중심의 미디어 정책 ▶IPTV와 TV포털 등에 대한 정부기관의 인식차이 ▶DMB 등 정부 정책의 혼선 등을 산업 선진화와 관련한 이슈로 꼽았다.

하현옥 기자, 강기헌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