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절반으로 줄어도 군인 꿈 포기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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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잘나가던 시중 은행 계장이 여군 사관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학생중앙군사학교(교장 이영재 소장)가 26일 발표한 2007년도 여군사관 제52기 합격자 190명 가운데 전체 수석의 영광을 김난희(27.정보병과.사진)씨가 차지했다.

우리은행 PB(Private Baking: 고액투자 고객관리) 사업단 투신상품팀에서 펀드상품을 담당하고 있는 김씨는 이번 시험에서 1030점 만점에 953.6점을 받았다. 전체 경쟁률은 5.98대 1.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 들어갔지만 여군이 되겠다는 어릴적 꿈을 이루려고 여군사관에 지원했다.

김씨는 은행에 다니면서 세무사와 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부가가치세의 이론과 실무'. '공인중개사 번개 정리' 등 전문서적 2권을 펴내는 등 장래가 촉망되는 은행원이었다.

하지만 군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육사 진학을 꿈꿔왔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반 대학에 진학했고 직장 생활을 하게됐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군인'이라는 단어가 그의 머리에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씨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권유로 군문을 두드리게 됐다. "부모님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가 현재 은행에서 받는 연봉은 4200만원이지만 소위에 임관하면 절반 이하인 2033만원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됐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펀드 상품을 다루면서 정보 분석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정보병과을 지원했다"면서 "최고의 전문 군인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합격자 가운데는 여군 중위로 전역했다가 다시 소위로 지원한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박선의(27.의정)씨는 2003년 여군사관 48기로 임관해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전역했다. 그는 의무복무 기간인 3년 동안 군 병원에서 일하다 장기복무를 지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씨는 "사회에 나온 뒤에도 거리에서 군복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다시 의정병과 장교로 당차게 근무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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