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탐욕은 본능적이지만 손익계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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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탐욕의 경제학
키애런 파커.게리 그리핀 지음
정경호 옮김, 북플래너, 223쪽, 1만원

탐욕과 도전정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탐욕은 이기심이 지나쳐 파멸을 초래하는 행동 쯤으로 정의된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준을 넘어서는 갈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인간 행동을 놓고 그게 비뚤어진 탐욕인지 정당한 도전인지 가늠하기란 정말 힘들다.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발상이 똑같이 적용된다고나 할까.

이 책은 탐욕과 투기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진보와 경제 발전 등 역사상 변화의 밑거름이 됐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파멸에 이르는 길인 만큼 가급적 피해가야 한다며, 탐욕에 빠졌던 사람들의 역사를 교훈으로 전달한다.

'현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이작 뉴턴이 연금술 실험과 주식 단타매매에 빠져 전재산을 날린 얘기서부터 닷컴 열풍 속에 몰락한 사람들의 사연까지, 성공담 이상으로 실패담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다분히 결과론에 근거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갖게 된다. 실패한 도전이다 보니 결국 탐욕으로 기록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탐욕에 빠졌다고 지탄받았던 사람도 결국 일의 성과가 좋았을 땐 역사를 바꾼 위인으로 칭송받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이 제시한 성공 투기전략이란 것 또한 옹색하게 느껴진다. "모든 정보와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작업에 들어가 잽싸게 수익을 챙긴 뒤 아직 주식 시세표가 빨갈 때 (어깨 정도에서) 빠져나오라"고 했지만,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허황된 얘긴지 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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