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쥐코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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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홀로 되어

자식 같은 천둥지기 논 몇 다랑이

붙여먹고 사는 홍천댁

저녁 이슥토록

비바람에 날린 못자리의 비닐

씌워주고 돌아와

식은 밥 한 덩이

산나물 무침 한 접시

쥐코밥상에 올려놓고

먼저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흙물 든 두 손 비비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내다 팔지 않은 게 없으셨던, 여전히 자식들이 신앙이신, 어머니는 스스로를 위해 밥상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부엌 한 귀퉁이에서 찬밥에 물 말아 몇 술 뜨시거나, 쥐코밥상에 남은 밥 한 그릇 반찬 한 접시 놓고 드셨지요. 그것도 등을 돌리신 채, 혼자 밥 먹는 게 욕되다는 듯. 밥상이란 늘 누군가를 위해서만 차리셨던 오랜 습관 탓이겠지요. 시골집에 찬밥처럼 남아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받으신 어머니의 쥐코밥상, 손수 차리신! 우주보다 더 큰 밥상입니다.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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