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편하고 보자 시민의식 부재 정착 못하는 쓰레기 분리수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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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하순경 서울 송파구 문정동 A아파트 단지에서는 112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출동하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 소란의 발단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둘러싼 이웃간의 사소한 말다툼. 매일 아침 일찍 쓰레기를 담은 비닐봉지를 현관문 에 쌓아놓는 이웃집 주부에게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둔 맞은편 아파트의 주부가『냄새도 나고 보기에도 안좋으니 치워달라』고 한마디 한 것이 발단이 돼 남편·아이들이 합세한 몸싸움으로까지 번진 것.
이처럼 최근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악취에다 미관을 해치고 주민의 위생문제까지 야기하는 쓰레기 분리수거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불만이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집단 주거단지가 심한데 「남이야 어떻든 나만 편하고 보자」는 식의 시민의식 부재로 이를 둘러싼 이웃간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정동 A아파트만 해도 동마다 현관 옆이나 뒤쪽에 마른 것 젖은 것 등 2개의 쓰레기통이 마련돼 있으나 쓰레기봉지를 들고 내려오기가 귀찮은 주민들이 집안에 쓰레기는 두기 싫고 여러번 쓰레기를 들고 드나들기는 싫어 이를 자기집 문밖에다 일단 내놓고 모아서 한꺼번에 버리겠다고 하기 일쑤라는 것.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M아파트의 경우에도 각 동 뒤쪽에 쓰레기 수거함이 설치돼 있으나 뚜껑을 여닫는 수고를 아끼려는 주민들이 많아 정작 수거함은 비어있고 주변에 쓰레기봉지들이 산처럼 쌓여 벌레가 들끓는 등 매우 불결한 상태다.
M아파트 근처 L아파트의 경우엔 정도가 훨씬 심각해 쓰레기 봉지를 남의 집 문앞,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까지 놔두는 사람들이 있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로 시행 1년을 맞은 쓰레기 분리수거는 출발부터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혼란을 거듭하다 이 같은 시민의식의 부족까지 겹쳐 우리 생활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시행전보다 더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사전준비를 소홀히 한 행정당국은 행정당국대로 책임이 크겠지만 사태가 이같이 된 데는 시민들의 무관심·무성의도 단단히 한몫 했다는 지적들이다.
현재 쓰레기 분리수거의 현황을 살펴보면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모든 쓰레기는 3월29일 발표된 환경처 지침에 따라 연탄재·재활용쓰레기·기타 쓰레기로 구분해 버리고 치워가게 돼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러 가지 행정적 어려움으로 완벽하게 시행되고 있진 않지만, 일반주택가의 경우는 연탄재와 기타 쓰레기를 2∼3일에 한번씩 구청에서 정해진 날짜에 수거해가고 아파트 단지는 옥외 수거함에 모인 기타 쓰레기를 매일 수거해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 청소1과 김재종 과장은『오는 9월부터는 개정된「폐기물 관리법」규정에 따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면 1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며『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시민정신이므로 모든 시민이 쓰레기 분리수거의 조기정착을 위해 가능한 한 개인의 불편을 참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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