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아들찾는 부정(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발생한지 1백일이 되는 3일 아침.
실종어린이 김종식군(9·성서국교 3)의 아버지 김철규씨(37·대구시 이곡동 532)는 전날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듯 충혈된 눈이었다.
『어제 밤엔 아이들이 개구리 잡으러 갔다는 와룡산에 올라가 산신령에게 기도까지 하고 왔습니다. 눈에 어른거리는 자식의 모습에 하루도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어린이 5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뒤 백일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인 대구시 이곡동 마을은 비탄의 한숨소리만 감돌고 있다.
실종어린이 부모들과 함께 자신의 일처럼 와룡산을 헤매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던 주민들도 대답없는 메아리에 지쳐버렸다.
혹시 유괴·납치됐을까 싶어 인륜의 정을 호소하는 전단을 만들어 전국을 누비고 청와대에까지 찾아가 눈물로 호소했던 이들 부모와 주민들은 이제 「집단 허탈증」에 빠져있는 상태.
그러나 금세라도 『엄마·아빠』하며 대문을 열고 들어올 듯한 환상에 부모들은 끝까지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다행히 실종어린이찾기 캠페인에 국민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한가닥 위로를 얻고 있다.
『산신제와 무당굿까지 해보았으나 모두 부질없는 짓이지요. 가족들이 직접 찾아 나설 수 밖에…. 어딘가 있을 겁니다. 아이들을 찾기전에는 절대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배낭을 둘러메고 이날도 낙도를 찾아가기 위해시외버스에 오르는 김씨의 뒷모습을 보며 이번만큼은 꼭 좋은 소식을 갖고 돌아와 주기를 기원했다.<대구=김선왕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